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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포콩의 쓸쓸한 영상시 “일흔에 돌아본 나의 길”

베르나르 포콩(68)이 세계를 여행하며 차 안에서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마법의 길’(2018). [사진 공근혜갤러리]

베르나르 포콩(68)이 세계를 여행하며 차 안에서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마법의 길’(2018). [사진 공근혜갤러리]

베르나르 포콩의 '나의 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사진 공근혜갤러리]

베르나르 포콩의 '나의 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사진 공근혜갤러리]

“향수란, 자기 자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며 가슴 아파하는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연출 사진 선구자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 68)은 나이 일흔을 앞두고 펴낸 포토 에세이집 『나의 길(Mes Routes)』의 맨 첫 줄에 이렇게 썼다.
 
포콩은 1970년대에 장면을 연출해 찍는 미쟝센 포토로 새로운 사진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스트레이트 사진만이 존재하던 시절, 포콩은 자신이 직접 무대처럼 꾸민 공간에서 연출해 찍은 작품으로 사진 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사람과 마네킹을 섞어 찍은 ‘여름방학’ 시리즈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는 70~90년대  ‘사랑의 방’ ‘우상과 제물들’ 시리즈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한때의 열정과 영광을 뒤로하고, 지금은 회한 섞인 시선으로 자신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있다.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포콩의 사진전 ‘나의 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한 작가의 나지막한 독백을 세 편의 영상과 30여 점의 사진 작품으로 들려준다. 작가는 “늙는 것은(…)그 모든 것이 어리석었고, 일시적인 것이었으며, 부질없었고, 한때의 상황이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세상이 여기 있다. ‘나는 머지않아 여기 없을 거야’하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나이 듦에 대한 씁쓸한 자각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 “어릴 때 마을에서 우리가 불신의 눈길로 바라보던 노인들, 그들이 바로 우리다”라고 쓴 대목도 그중 하나다.
 
흥미로운 건 포콩이 90년대 중반, ‘이미지의 종말’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자신이 더는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그는 97년부터 2005년까지 25개국을 돌며 각국 100명의 청소년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함께 사진 소풍을 떠나는 ‘내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는 프로젝트를 벌였다.
 
미쟝센 포토의 대표작 ‘향연’(1978). [사진 공근혜갤러리]

미쟝센 포토의 대표작 ‘향연’(1978). [사진 공근혜갤러리]

베르나르 포콩의 대표작 '여름방학'시리즈 중 'Ron de soir' . [사진 공근혜 갤러리]

베르나르 포콩의 대표작 '여름방학'시리즈 중 'Ron de soir' . [사진 공근혜 갤러리]

따라서 이번 전시의 메인은 사진 작품이 아니라 70년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의 세 편의 영상 작품(각 20분)이다. 프랑스, 태국, 볼리비아의 아름다운 길을 달리며 담은 차창 밖 풍경에 마치 시를 읊조리는 듯한 작가의 내레이션이 물결처럼 함께 흘러간다. 영상으로 써내려간 시인 셈이다. 30여점의 사진도 작은 사이즈(40x23㎝)로 함께 소개된다. 스틸 카메라로 찍은 것이 아니라 영상 작품을 캡쳐한 길의 풍경이다.
 
포콩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평생 사진을 찍으면서도 글쓰기를 멈춘 적은 없었다”며 “시(poetry)야말로, 가장 중요한 내용을 가장 겸허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포콩은 사진 작업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초심을 다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반복하고 지루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결단이었다”며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여행하고 영상을 촬영하며 글을 써왔다. 그것들(영상과 글)은 나의 ‘인생 캡슐(life capsules)’”이라고 말했다.
 
베르나르 포콩이 세계를 여행하며 차 안에서 촬영한 영상 작품. [사진 공근혜갤러리]

베르나르 포콩이 세계를 여행하며 차 안에서 촬영한 영상 작품. [사진 공근혜갤러리]

이번 전시엔 ‘미쟝센 포토의 교본’이라 불리는 포콩의 대표작 ‘여름방학’ 시리즈의 ‘향연’(1978)도 함께 나왔다. 마네킹을 이용해 소년 시절의 추억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현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이 시리즈 중 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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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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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