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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이 했다”…‘임종헌 판박이’ 전략 구사한 양승태

“동료ㆍ후배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 해명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15일, 임종헌)”
 
“법관들이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겠습니다. (지난 11일, 양승태)”

 
상관과 부하 관계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연합뉴스]

상관과 부하 관계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왼쪽).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을 보좌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닮은 전략을 구사한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3개월 먼저 검찰을 거쳐간 임 전 차장은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사 전 ‘5분 성명’, 후배 판사들 거론하며 혐의 부인
지난해 10월 15일 검찰에 출석한 임 전 차장은 조사 직전 입장을 짧게 밝혔다. 그는 자신의 혐의 대신에 ‘법원의 위기’ ‘후배 판사들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일종의 책임 돌리기와 함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해를 풀겠다는 말로 30여개 혐의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에둘러 했다.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 역시 대법원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후배 법관들이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재판 거래 등에 대한 지시나 보고가 없었다고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후배 판사들 언급이 향후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도의적 책임은 지겠지만 현재 받는 혐의가 ‘오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 청사를 나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 청사를 나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실제 검찰 조사에서도 두 사람은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19시간에 걸친 첫 조사에서 ”판사들에게 문건 작성을 지시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를 일부 인정하는 경우에도 “판사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역시 약 14시간 30분에 걸친 조사 내내 아랫사람들이 한 일이라는 진술을 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개입 등에 대해 검찰이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지시를 받았다는 후배 판사들의 진술이 제시되면 “실무진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고 했다고 검찰측은 전했다.  
 
“재판은 독립된 법관의 권한” 직권남용도 나란히 부정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 역시 두 사람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임 전 차장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남용할 직권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 지원 업무를 하는 행정처 차장은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양 전 대법원장도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재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설령 대법원장이라도 재판에 개입할 권리 자체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걸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 전 차장이 재판에서 언급한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도 양 전 대법원장이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 외에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기타 서류 등은 일체 제출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김한규 변호사는 “재판 개입의 동기나 청와대와의 관계 등 검찰 입장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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