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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재범 사건 개혁 대상은 가해자 변호했던 체육회"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중인 충북 진천선수촌.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중인 충북 진천선수촌.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이 징계를 내리는 꼴이다."
 
'조재범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침묵의 카르텔'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체육계의 폭행 또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져도,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처벌 이후 은근슬쩍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대한 문제 제기다. 이과 관련해 체육계 전직 고위관계자 A씨는 13일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대한체육회와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조재범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대한체육회가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가해자를 엄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부 결탁을 통해 비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건 체육회"라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2015년 한 빙상 실업팀 지도자가 여자 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해당 지도자를 영구 제명됐다. 하지만 그 지도자는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을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됐다. A씨는 "감경 과정에서 선수위원회 고위관계자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선수위원이 "빙상 종목 특성상 아이들의 자세를 잡아주기 위해 허리를 잡아줘야 한다. 빙상이나 역도, 레슬링, 유도 등을 하다 보면 서로 끌어안는 것이 성추행이라고 해서 영구제명해야 하느냐"고 가해자를 변호했다. A씨는 "선수위원회 고위관계자가 로비를 받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2013년엔 수구 선수들이 제주에서 열린 대회 도중 여성 탈의실에 도촬용 카메라를 설치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대한수영연맹은 이들을 영구 제명했다. 하지만 3개월 뒤 이들은 선수 자격을 회복헸다. 당시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이다. 대한체육회는 그 전부터 무관용 처벌 원칙을 내세웠지만 유명무실했다. A씨는 "이번에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영구퇴출)' 도입을 대책으로 내세웠지만 잘 실행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국가대표 수영선수 '몰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문체부가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으나 체육회가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당시 선수촌 내에 감시 카메라 등을 설치했다면 '조재범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는 2009년 '체육계 폭력·성폭력 조사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실제로 피해조사를 한 사례는 4건뿐이다. 체육회가 직접 조사하는 대신 종목별 단체로 조사를 넘겼다. A씨는 "2018년 '미투'에 동참한 이모 코치의 경우 4년 전 성추행 가해자인 대한체조협회 임원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일이 있다. 가해자가 면직되는 과정에서 체육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육회가 종목별 가맹단체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일종의 '공생관계'다. 체육회는 문체부로부터 4000억원의 예산을 받는다. 이 예산을 빙상연맹이나 체조협회 등 종목별 가맹단체에 배분한다. 대한축구협회는 후원사 수입(350억~400억원)이 많고, A매치 및 중계권 수입도 있어 체육회 간섭을 적게 받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나머지 종목은 체육회가 배분하는 예산이 절대적이다. 반대로 체육회도 종목별 가맹단체 눈치를 본다. 종목별 단체가 체육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체육회는 종목 단체에 대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9일 빙상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파문 관련 브리핑을 갖고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9일 빙상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파문 관련 브리핑을 갖고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체육회를 감독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A씨는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문체부에 '체육계 일은 체육회에 맡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부 국회의원은 정부가 체육계 쪽 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문체부가 체육회의 재정 지원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체육회 정관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체부가 체육회를 계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체육회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난 독립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촌 내 국가대표 선수 심리 상담을 체육회 직원이 맡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에게 선수들이 맘 편히 털어놓을 수 있겠냐"며 "외부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피해자가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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