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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의회 추태 대책이 고작 "셀프 심사 못하도록 권고"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예천군의회 앞에서 예천군민들이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예천군의원을 뽑아 사죄드린다'며 108배를 하고 있다. 예천=김정석 기자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예천군의회 앞에서 예천군민들이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예천군의원을 뽑아 사죄드린다'며 108배를 하고 있다. 예천=김정석 기자

- 위원장 : “여행의 필요성 및 여행자의 적합성, 여행국과 방문 기관의 타당성, 여행 경비는 적정하다고 판단하십니까?”
 
- 위원 일동 : “네, 적정하다고 판단됩니다.”  
 
미국·캐나다 연수 중 가이드 폭행, 접대부 요구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가 지난해 11월 16일 ‘공무 국외여행 심사위원회’을 열어 해외연수 계획을 심의한 회의록 내용이다. 모두 7명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렇게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외부 인사는 3명이었다.  
 
이날 심사는 “셋째 날 나이아가라 폭포 및 주변 견학” “여섯째 날 퀘벡지역 체험”이라는 간사의 설명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엔 “(인당 442만원인) 비용이 적지는 않나”(A교수) “이동 시간이 길어 일정이 매우 힘들 것 같다”(B조합장) “예천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연수다”(A교수) 등 ‘덕담’ 수준의 논의가 오갔다.  
 
이 회의는 가이드 폭행 혐의로 수사 받는 박종철 군의원(당시 부의장)이 주재했다. 국민 세금 6188만원을 들여 다녀오는 해외연수를 스스로 검토하는 ‘셀프 심사’였던 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형식적인 해외연수 검토 절차가 사라질 수 있을까. 행정안전부는 13일 ‘지방의회 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을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연수를 다녀올 때 ▶민간위원이 심사위원장이 맡아 셀프 심사를 차단하고 ▶연수 계획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부당한 지출이 있다면 환수한다는 게 골자다. 또 ▶해외출장비 편성기준을 어기면 의회 경비 총액한도를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도표 참조>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의 선진적 도시 행정을 배우는 ‘연수’ 개념에 충실하도록 재설계하고, 국외여비는 인상 폭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말한 뒤 나온 조치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강제수단이 없는 권고에 그쳐 ‘솜방망이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지방의회 의원의 국외여행 때 민간위원에게 심사위원장을 맡겨 심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국 243곳의 시·군·구 기초의회 중 63%(153개)는 의장 및 부의장(또는 운영위원장)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북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중 박종철 군의원이 현지 가이드 A씨를 폭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중 박종철 군의원이 현지 가이드 A씨를 폭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행안부 안은 예컨대 박 의원 대신 A교수나 B조합장이 의사봉을 잡고 깐깐하게 심사가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하지만 A교수나 B조합장 역시 의회가 선임해 기대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학계나 법조·언론·시민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인물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식을 권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여행 계획서도 현행 출국 15일 이전 제출하던 것에서 30일 이전으로 앞당긴다. 앞으론 계획서도 결과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국외여비(해외출장비) 편성기준을 위반하면 교부세 감액 제도를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해당 의회의 경비 총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부당한 국외여행에 대해서는 그 비용을 환수 조치한다는 규칙도 넣었다. 가령 예정했던 방문 기관 대신 관광지에 갔을 때 출장비를 토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출장비 한도’에 대해선 손대지 않았다. 최근 지방의회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던 건 ①셀프 심의에다 ②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기초의회가 사용하는 업무추진비·국외여비·공통경비 예산의 총액만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은 각각 항목별 기준액을 정해줬다. 지방분권 취지를 살려 의회에 예산 재량권을 준 것인데, 기초의회는 해외출장비부터 챙기고 있다. 
 
중앙일보가 전국 243개 기초의회의 올해 해외출장비 예산을 전수조사했더니 145억2307만원이었다(본예산 기준). 2017년 112억2545만원보다 29.4% 늘어났다. 의원 1인당 평균 출장비는 304만원에서 387만원으로 27% 뛰었다. 올해 기초의원 1인당 해외출장비를 가장 많이 책정한 곳은 인천 동구의회다. 1인당 650만원으로 지난해의 두 배다. 예천군의회는 지난해와 같은 540만원을 챙겨놔 전국 7위였다. 예천군의 재정 자립도는 2016년 기준 15.1%로, 전국 기초단체 중 232위였다.  
 
지방의회 해외출장

지방의회 해외출장

김성기 행안부 재정정책과장은 “지방의회의 부당한 지출이 확인되면 총액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불이익을 주되, (해외출장비 한도 제한은)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교수는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검증기구를 만들고, 연수 국가 선정부터 벤치마킹 대상, 소요 비용 등에 대해 타당성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재·심서현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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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