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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청년몰’ 지척에 또 ‘청년몰’...690억원 투입해 30% 폐업

진주 중앙시장 2층에 2017년 문을 연 청춘다락. 2개 점포만 남아 개점 휴업 상태다. 위성욱 기자

진주 중앙시장 2층에 2017년 문을 연 청춘다락. 2개 점포만 남아 개점 휴업 상태다. 위성욱 기자

진주 중앙시장 2층 청춘다락 2~3m 위치에 2018년 말 문을 연 새 청년몰 비단길. 위성욱 기자

진주 중앙시장 2층 청춘다락 2~3m 위치에 2018년 말 문을 연 새 청년몰 비단길. 위성욱 기자

경남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청년몰’ 2~3m 옆에 또 다른 청년몰이 들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두 곳은 모두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공단) 등으로부터 상권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만들었다. 같은 상권에 위치도 지척인 데다 점포의 메뉴(식당·음료·디저트류)도 비슷해 과연 차별화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중앙시장에 2017년 4월 ‘청춘다락’이라는 쳥년몰 형태의 상점이 문을 열었다. 공단이 청년 상인을 지원하는 사업은 크게 20개 미만의 점포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청년상인창업지원(2015년 시행)’과 20개 이상의 점포를 묶어서 지원하는 ‘청년몰(2016년 시행)’사업으로 나뉜다. 창업 지원은 1개 점포당 1000만~1500만원, 청년몰은 20개 이상 점포를 묶어 15억원 정도가 지원된다. 공단은 점포별로 지원하는 창업 지원 사업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점포를 묶어 청년몰을 만드는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진주 중앙시장 청춘다락에 마지막 남은 청년상인인 안현우 대표가 빗물이 새는 천장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 설치한 물통을 가르키고 있다. 위성욱 기자

진주 중앙시장 청춘다락에 마지막 남은 청년상인인 안현우 대표가 빗물이 새는 천장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 설치한 물통을 가르키고 있다. 위성욱 기자

청춘다락은 창업 지원 사업이다. 처음 청춘다락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손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1~2개 점포가 문을 닫기 시작해 현재 2개 점포(식당과 커피숍)만 남았다. 진주시 등은 ‘공간 협소와 상인 간 갈등’ 등을 폐점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남은 청년 상인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청춘다락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는 ‘집·밥·술’ 안현우(37) 대표는 “청춘다락 입주를 위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입주했다”며 “시 등에서도 컨트롤 타워는커녕 사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대표적 사례로 청춘다락 중심부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막기 위해 오랜 기간 플라스틱 통을 걸어둔 것과 고장난 자동출입문을 지목했다. 
 
진주 중앙시장 청춘다락 고장난 자동출입문. 위성욱 기자

진주 중앙시장 청춘다락 고장난 자동출입문. 위성욱 기자

청춘다락이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해 12월 27일 새 청년몰인 ‘비단몰’이 문을 열었다. 청춘다락과 문을 사이에 두고 2~3m 떨어진 곳이다. 청춘다락은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아 불이 꺼진 채 음습한 느낌이 들었지만 비단몰은 새로 문을 열어 산뜻하고 밝은 느낌이었다. 김부영 비단길 청년몰 사업단장은 “청춘다락과 달리 비단몰은 점포 크기가 2배 정도 크고, 단체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동 공간과 손님들이 대기할 수 있는 장소 등도 구비돼 있다”며 “바로 옆에 대규모 여유 공간도 있어 벼룩시장 등을 유치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청춘다락과 비단몰을 잇따라 개장하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청춘다락이 중간에 위기를 맞았다”며 “청춘다락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비단몰을 연 만큼 실패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새로 문을 연 청년몰 비단길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새로 문을 연 청년몰 비단길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비단길 옆에 있는 공동공간. 시는 이곳에 프리마켓 등을 유치해 비단길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위성욱 기자

비단길 옆에 있는 공동공간. 시는 이곳에 프리마켓 등을 유치해 비단길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위성욱 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 창업자 수만 늘리려는 ‘성과주의’에 빠진 나머지 지원자의 자질과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원 기준이 모호한 데다 사후 관리도 부실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 폐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공단이 ‘창업지원’ 명목으로 524개 점포를 지원했으나 이 중 213개(40.6%) 점포가 폐업했다. 청년몰도 지원받은 469개 점포 중 3년여 만에 85개(18.1%)가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까지 창업지원에는 190억원, 청년몰에는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셈이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공단 지원 사업은 아니지만 청년몰 성공 사례도 있다. 공단이 청년몰 사업을 추진할 때 참고한 전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다. 청년몰의 원조로 불리는 이곳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5월 상점 12개가 문을 열었고, 지금은 각종 공방과 소품점·책방 등 20여 개가 영업 중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아이템이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을 끌고 있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과 가까운 것도 성공 요인이다.  
 
부모뻘인 남부시장 상인들과도 상생(相生) 관계다. 청년몰이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기존 상점들의 매출도 10~20%씩 올랐다. 책방 ‘토닥토닥’ 주인 김선경(35·여)씨는 “자치단체 등의 지원 없이도 저희끼리 자주 회의도 하고, 화장실이나 계단 청소 등도 돌아가면서 한다”며 “분기별로 회비를 모아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프리랜서 장정필 기자

전북발전연구원장을 지낸 원도연(55) 원광대 디지털콘텐츠 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시장에 진입하면, 초기엔 쉽게 붐업(활성화)이 되더라도 지원이 끊기면 도태된다”며 “청년들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지고 들어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전주=위성욱·김준희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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