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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삐끗하면 SKY 어려워···90% 아이들은 '들러리'"

[윤석만의 에듀체크]SKY캐슬은 현실일까④
 회를 거듭하며 시청률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인기 드라마 'SKY캐슬'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거머쥔 상위 0.1% 부모들의 자녀교육 이야기입니다. 의사·변호사 등 소위 ‘잘 나가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각종 사교육을 활용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죠. 이들의 지상 최대 목표는 서울대 의대 합격입니다.  
 
 대학병원 외과부장인 강준상(정준호 역)과 한서진(염정아 역)의 딸 예서는 서울 강남의 명문 자사고에 수석 입학했습니다. 그 다음 날 예서의 입시 코디인 김주영(김서형 역)이 한서진에게 전화해 “시골에서 혼자 공부 한 아이가 함께 수석을 했다”며 공동수석인 우주의 엄마 이수임(이태란 역)을 만나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죠.  
 
 몇 달 후 첫 시험성적이 나오자 예서의 집은 발칵 뒤집힙니다. 국어에서 1점 차이로 예서가 2등을 한 것입니다. 1등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혜나가 차지합니다. 예서와 공동수석을 했던 우주는 3등으로 밀리고요. 그러자 김주영은 예서의 국어 담당 강사를 엄하게 꾸짖습니다. 그러곤 예서를 더욱 강하게 채찍질합니다. “과목별 내신 과외까지 받으면서 혜나에게 1점 차로 밀린 것은 엄청난 패배를 한 것”이라고 말이죠. 
 
 입시 코디 김주영은 자신이 맡은 학생들은 전부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는 최고의 실력자입니다. 그런 그가 고교 첫 중간고사를 이렇게 강조한 이유는 왜일까요.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임성호(50) 대표는 “수시가 전체 모집정원의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1학년 1학기 성적은 매우 중요하다, 수능과 달리 내신은 한번 삐끗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소위 명문대 입시는 1등급 지원자가 즐비하기 때문에 한 차례의 실수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에듀체크’는 SKY캐슬 드라마를 토대로 실제 입시 현실은 어떤지 따져봅니다. 특히 학교 내신과 수능의 괴리, 고교 및 지역에 따른 입시 격차 등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의 관점에서 꼭 새겨들을 만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짚어 봤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다 1995년 종로학원으로 옮기면서 사교육에 발을 들인 임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두루 경험한 23년 경력의 입시 전문가입니다.  
 
[SKY캐슬은 현실일까]
①아파트 한 채 값 'SKY캐슬'의 입시 코디···70%는 진실
②SKY캐슬식 고액 입시코칭···정치인·장관 아빠들 줄섰다
③SKY캐슬처럼 실제 SKY 합격자에 고소득층 자녀 많아
④SKY캐슬같이 교실=전쟁터, 90%는 들러리 만드는 제도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가 그렇게 중요한가.
“현재 대입은 80%가 수시고, 20%만 정시다. 이중에서 수시는 학교 내신이 결정적이다.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10번의 시험을 치는데, 하나하나가 수능만큼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1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부터 최상위권을 유지하지 않으면 남은 학기 동안 아무리 잘해도 만회하기 힘들다.”

 
2, 3학년 때 잘해도 1학년 성적이 안 좋으면 어렵다는 이야긴가.
“그렇다. 서울대와 고려·연세대 등 학교 내신이 중요한 전형(지역균형선발, 교장추천)을 보면 학교에서 추천받는 아이들은 대부분 전교 1·2등이다. SKY캐슬처럼 1점, 또는 한 문제 차이로 등수가 갈린다. 10번 중 9번 시험을 잘 봤어도 한 번을 망치면 SKY 대학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2년 반 동안 피 말리는 시험을 견뎌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선 학력고사나 수능을 보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
“물론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입시를 결정한다는 건 부담이 많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시와 내신 비중이 큰 상황에선 과거의 성적을 만회하긴 힘들다. 내신도 학교에서 신경을 써주는 것은 2등급까지다. 나머지 90% 가까운 아이들은 방치된다고 볼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들러리’ 선다는 이야기다. 최상위권 아이들의 퍼센티지를 올려주는 모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내신과 수능은 9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이 상위 4%, 2등급이 4~11%다. 수능을 기준으로 2등급 안에는 들어야 서울 소재 유명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등 내신 중심의 수시모집에선 수능 2등급을 최저학력기준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다.  
 
대학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다.
“요즘 학교에선 내신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내신 시험과 수능은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학생, 학부모는 내신을 열심히 하면 수능도 저절로 되리라 믿는다. 하지만 3등급 이하의 학생들은 내신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가기가 힘들다. 차라리 일찌감치 수능으로 틀어서 준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선 그렇게 말해주지 않는다.”

 
왜 그런가.
“수능 비중이 강화될수록 학교는 힘을 잃는다.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처럼 일제고사 방식으로 대입이 결정될 때는 학생이 ‘갑’이었다. 학생 스스로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가면 그걸로 학교의 명성을 높였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에서 학생의 스펙을 만들어 주고, 교사가 수행평가가 점수나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 등을 잘 기록해줘야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다. 이젠 학교가, 교사가 ‘갑’이다.”

 
3학년 여름방학부터 수능 3개월 반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때문인가.
“3학년 1학기까지는 내신에만 열심이고, 수능 모의고사는 대충 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그러다 뒤늦게 수능 준비에 ‘올 인’하는 학생들이 많다. 1학년 때 성적이 안 좋으면 내신으론 힘들어도 수능으론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1·2학년 때는 수능 모의고사도 크게 신경 안 쓴다. 학생들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아직 진도가 덜 나갔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다 3학년이 돼 수능이 코앞에 닥치면 그 때는 이미 늦었다.”

 
 드라마를 보면 시골 학교에 다니던 우주가 입학 때는 수석을 차지하지만, 그 이후론 입시 코디의 도움을 받는 예서를 따라가기 힘들다. 예서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의 유명 강사로부터 과외도 받고, 코디가 각종 스펙 관리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시와 학생부 비중이 커진 이유 중에는 사교육 절감이라는 목표도 있었다.
“내신도 어차피 사교육의 영향이 크다. 웬만한 고교 근처에는 그 학교 선생을 과목별로 연구한 학원들이 많다. 과거엔 강남의 어느 학원이 잘 한다고 하면 멀리서도 왔지만, 이제는 동네 내신전문 학원을 간다. 그런데 수능은 EBS나 ‘인강’으로 얼마든지 공부가 가능하지만 내신은 학원을 갈 수밖에 없다. 기출이나 족집게 문제 등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나아가선 시험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학부모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총 9년간은 시험다운 시험이 없다. 등수가 공개되지 않으니 대부분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90점이 넘으니 우수하다’고 착각한다. 정부는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 절대평가로 성적을 매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졸업 후 맞이하는 세상은 치열한 경쟁 사회다. 당장 고교만 가더라도, 과거엔 전국 수십만의 아이들과 경쟁했다면 요즘은 내신 때문에 옆 짝꿍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9년간 깜깜이로 보내고 3년간 병목현상을 빚는 거다.”

 
고교 내신도 학교별로 격차가 크지 않나.  
“같은 1등급이라도 고교마다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은 각 학교에서 2명씩 추천받은 아이들이 지원한다. 대부분 전교 1·2등이다. 그런데 여기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다. 4과목 중 3과목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올해 이 기준을 못 맞춰 떨어진 학생이 144명이다. 작년(91명)보다 53명이나 늘었다. 수능 2등급은 상위 11%다. 전교 1등이면서 서울대에 지원했는데 11% 안에 못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대학가에선 ‘지균충’, ‘수시충’처럼 서로 편을 가르고 비하하는 표현이 쓰인다. 상대적으로 수능 점수가 높은 정시 입학생들이 이런 우월 의식을 갖는다. 하지만 입학 후 학교생활 만족도나 성적 등은 수시생이 정시생보다 높게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2012~2016학번의 성적을 비교해 봤더니 1학년 1학기 평균 학점은 지균이 3.15(4.3만점)로, 3.13인 정시생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4학년 2학기 때는 지균(3.55)이 정시(3.35)보다 0.2점 높았다.

 
지난 번 살펴본 것처럼 지균도 ‘지역균형’의 의미보다는 강남 쏠림이 심해졌다.
“어감 때문에 마치 지역에서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뽑는 전형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런데 대부분은 변호사, 의사 등 그 지역 유지의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2011~2018 서울대 지균 합격자는 강남구(4→18명), 서초구(3→10명), 송파·양천구(각각 7→10명)에서 주로 늘었다. 반면 성북구(10→2명), 종로구(8→4명), 동대문구(7→4명), 중랑구(5→3명) 등은 줄었다.”

 
입시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계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학종’ 전문가가 수능 재수학원에 아이를 등록한 적이 있다. 직접 자녀 입시를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정책 담당자가 수요자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제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슈퍼컴퓨터를 쓰지 않는 한 입시 전반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학교에서 수능 끝나고 3등급 아래 학생들에게 무슨 전략을 세워주는지 살펴봐라. 그저 코엑스 입시 박람회장에 내보낸다.”

 
대안은 무엇인가.
“사교육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생존하기 때문에 치열하게 연구한다. 교육정책은 말로만 때우지 말고 경제 문제처럼 숫자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면 절대평가 전환 후 지역·고교 간 격차가 실제로 완화됐는지, 아니면 미리 영어를 끝내고 국어·수학에 ‘올 인’한 강남 아이들이 더욱 혜택을 봤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공개해야 한다. 관념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학생들만 실험의 희생양이 된다.”

 
 임 대표의 마지막 발언은 입시 전문가는 물론, 다수의 교사·교수 등도 동의한다. 교육정책은 거의 유일하게 정책 수요자와 유권자가 일치하지 않는 분야다. 그렇다 보니 정작 제도의 대상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다. 아울러 유권자라 하더라도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진 연령층(주로 30·40대)의 목소리가 다른 세대에 묻히기도 한다.  
 
 특히 입시정책은 복지나 대규모 연구개발, 사회간접자본 투자 정책과 달리 예산이 크게 안 든다. 그 대신 정책 변화의 효과는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권은 출범 때마다 입시 정책을 크게 뒤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논술, 조기영어교육, 소논문쓰기와 각종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이 생겨났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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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다.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출입처를 거치며 시민·미래·인문 분야의 보도에 집중했다. 4차 혁명시대엔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란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 다가올 미래를 인문의 관점에서 통찰한 '인간혁명의 시대' 등을 썼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행사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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