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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주무르고 뽀뽀…성추행 일삼던 그때 그 총각 선생님

기자
손민원 사진 손민원
[더,오래] 손민원의 성·인권이야기(20)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언론사의 '올해의 인물'에 미투를 외친 여성들이 선정됐다. [사진 픽사베이]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언론사의 '올해의 인물'에 미투를 외친 여성들이 선정됐다. [사진 픽사베이]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언론사의 ‘올해의 인물’에 미투를 외친 여성들이 선정됐다. 그리고 'UN 아동권리위원회'는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자 스쿨 미투 운동을 벌인 청소년을 UN에 초청했다. 미투에 반말하는 거센 ‘백래시(backlash, 반발)’에 굴하지 않고 어느 곳보다 가장 뜨거웠던 성토의 장은 학교 현장이었다. 젊은 청소년들의 용기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글을 읽는 여러분은 초‧중‧고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제대로 잘 노는 것이 생각을 부유하게 하는 데는 최고의 방법인 듯하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던 추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늘 우리에게 잘해 준 선생님도 떠오른다. 그러나 나의 학창 시절을 곤혹스럽게 만든 몇몇 선생님의 얼굴 또한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금의 교사라면 당연히 파면 대상자였으니 말이다.
 
명문대 출신 선생님의 거리낌 없는 성추행
그중 한 분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 선생님이었다. 서울의 명문 대학을 졸업한 총각 선생님으로, 학생들 사이엔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다. 그 선생님은 지금으로 치면 성추행으로 최소 파면 교사가 됐을 것이다. 그는 나를 포함해 우리 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했다. 여학생에게 어깨동무하며 어깨를 주무르고, 여학생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들의 손에 뽀뽀까지 하기도 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엔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으로 치면 성추행으로 최소 파면 교사가 됐을 것이다. 그는 나를 포함해 우리 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했다. [연합뉴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엔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으로 치면 성추행으로 최소 파면 교사가 됐을 것이다. 그는 나를 포함해 우리 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추행했다. [연합뉴스]

 
그의 행동은 도서관, 교실, 운동장 가릴 것 없이 행해졌다. 학교에서도 제지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성희롱‧성폭력이라는 개념조차 배운 적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이런 행동을 성추행이라고 누가 감히 용기를 내서 말할 수 있었겠는가. 내가 졸업할 때까지도 그의 행동은 계속됐다. 이를 참다못한 몇몇 친구가 만들어낸 복수극은 이랬다.
 
한여름의 나무에는 벌레가 많았다. 남학생들에게 송충이를 비롯해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왕 벌레까지 무시무시한 벌레를 열 마리 정도 잡아 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해 주었다. 우리는 열 마리의 꿈틀거리는 벌레를 선물처럼 포장지에 예쁘게 포장했다. 그리고 교무실에 있던 그 선생님 책상 위에 슬쩍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들통날까 봐 그 길로 도망쳐 나왔다.
 
교무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상상만 할 뿐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아마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면 우리는 통쾌하게 복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친구들과 웃음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초 학교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집회가 열렸다. 고발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스쿨 미투를 고발했다. 그날 학생들의 외침은 내가 30년 전 경험했던 상습적인 성희롱‧성추행 모습과 판박이였다.
 
서울에서 성차별적 언어와 성희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학교만도 64곳에 다다른다고 한다. 학생들은 미투에 대한 응원으로 학교 창문에 ‘We can do anything’ ‘With you’로 응답했고, 친구가 붙인 대자보에 지지 글을 붙였으며, 스쿨 미투 해시태그가 달린 트위터에 7일 동안 300만 개가 넘는 게시 글을 썼다. 현재까지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떠한 공간이었는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청소년페미니즘 '스쿨미투' 집회 모습. 학생들은 미투에 대한 응원으로 학교 창문에 'We can do anything' 'With you'로 응답했고, 친구가 붙인 대자보에 지지 글을 붙였다. 김정연 기자

청소년페미니즘 '스쿨미투' 집회 모습. 학생들은 미투에 대한 응원으로 학교 창문에 'We can do anything' 'With you'로 응답했고, 친구가 붙인 대자보에 지지 글을 붙였다. 김정연 기자

 
학교라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학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이 상벌과 연결되고, 규율과 통제로 관리하려고 한다. 학생들은 귀 닫고, 입 닫고, 공부만 해야 하는 존재여야 칭찬받는 사회다. 한국 사회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인 교사의 권위와 역할이 크게 작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학생이 주인공이어야 하는 학교에서 학생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힘없는 객체로 존재한다.
 
현재 청소년들의 사고는 과거보다 훨씬 자유롭다. 학교에서 벗어난 공간은 다른 세상이다. 그러나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는 교사대로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 노릇을 못 해 먹겠다고 한다. 학교 안은 임원과 평교사, 학생과 교사 등 다양한 위계가 있다.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 맺음이 필요할까.
 
교사의 권력은 학생들의 권리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행사되어야 한다. 여기서 학생의 권리 주장만 이야기한다면 선생님들은 ‘교권은 어찌할 것인가’라고 주장하겠지만,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선생님에게 존중받았던 학생이 선생님을 존중하는 학생으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내가 경험한 학교는 몇몇 이탈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랬다.
 
청소년들을 어떻게 응원할지 고민할 때
미투 이후의 거센 백래시는 스쿨 미투를 외치는 학생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교사로서 진정 어린 사과를 한다거나 학교 문화에 대한 심각한 고민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의 입을 막고 일을 무마하기에 급급해 보인다.
 
학생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동을 멈춰 달라는 목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일상의 성희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학교에서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과거 내가 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지금 학교는 평등과 존엄의 실현에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 학교에서 스쿨 미투가 절대로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 우린 지금 용기를 낸 청소년들 편에 서서 어떻게 응원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때다.
 
손민원 성·인권 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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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