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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국당에 기대없다"…조원진의 애국당 창당 비화

[밀착마크] 조원진 "'탄핵 7적' 정리하면 보수통합 동참"
태극기 물결로 가득한 서울역 광장에선 흥겨운 리듬의 ‘뽕짝’ 노래들이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왔다. ‘대한애국당 당원 모집’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천막은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광장 한 편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었다.

5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 손에 태극기를 들고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30분 뒤 대한애국당이 주관하는 101번째 태극기집회에 앞서 ‘몸풀기’를 하고 있었다. 
9일 여의도 대한애국당 중앙당사에서 인터뷰 중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공성룡 기자]

9일 여의도 대한애국당 중앙당사에서 인터뷰 중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공성룡 기자]

 
참가자 대부분은 노년층이지만 간혹 젊은층도 눈에 띄었다. 집회장에서 만난 김아란(27)씨는 “지나가던 길에 우연히 행사를 본 뒤 2주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보다 정치적 이유로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당성을 외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의 손을 꼭 잡은 여동생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기자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애국당 관계자는 “지금만 해도 분위기가 나아진 거다. 작년만 해도 기성 언론은 다 내쫓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들이 신뢰하는 언론은 행사장 한 편에서 배포되고 있는 애국일보 뿐이었다.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 [중앙포토]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 [중앙포토]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대단한 스타였다. 그가 지나가면 홍해가 갈라지듯 인파가 두 갈래로 갈라졌고, 지나가는 조 대표를 붙잡고 ”여기도요“라며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통에 작은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시 30분쯤 이동 트럭 위에 마련된 무대에서 행사가 시작되자 추위 때문에 근처 카페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대 주변에선 휴대전화를 통해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중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 대표는 “이런 채널이 50개 정도 된다. 해외까지 전송되는 이 방송을 보는 사람이 100만명 가량 된다. 기존 언론에서 우리를 다루지 않아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촬영을 부탁한 참가자와 함께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촬영을 부탁한 참가자와 함께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무대에 올라 선 조 대표가 “2018년 진실과 정의를 위해 투쟁했다면, 이제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2019년이어야 한다”고 외치자 관중들은 환호로 응답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역에서 시작해 서울구치소까지 행진한 뒤 오후 4시쯤 마무리됐다.
 
이른바 ‘태극기부대’가 보수통합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애국당측에 따르면 당원은 20만명이고 이중 책임당원은 약 20%에 달한다고 한다. 또 태극기부대 중 적지 않은 수가 한국당에 당원으로 가입한 상태로 알려져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들의 표심이 전당대회부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한국당의 유력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태극기부대를 포용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면 태극기부대의 리더격인 조원진 대표는 보수통합에 대한 입장이 뭘까. 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대한애국당 중앙당사로 찾아가 5일 행사때 못다 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진가면을 쓰고 민간인 사찰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진가면을 쓰고 민간인 사찰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에도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이 있는데, 왜 대한애국당을 창당했나?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온 다음날 찾아가 9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신 일이 있냐’고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일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냐, 한국당에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냐’고 물었더니 ‘기대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하늘에서 눈이 내려 눈사람을 만들려면 기초가 되는 돌멩이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그 돌멩이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으셨다. 그 말씀을 듣고 바로 탈당을 결행하고 이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수많은 태극기 집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저를 붙잡고 ‘누군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밖에 전달해야 하지 않겠냐. 탈당을 결행하고 앞장서달라’고 했다. 그런 절규를 외면할 수 없었다.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 무대 주변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로 실시간 유튜브 방송이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 무대 주변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로 실시간 유튜브 방송이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2017년 5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첫 집회를 가진 이래 매주 1~2회씩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집회를 해왔다. 어디서는 ‘5만원’ 일당을 준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2~3만명씩 오는 이들에게 매주 일당을 주려면 수 천억원이 든다. 그런 돈이 어딨겠나. 비자금이라도 있었다면 벌써 검찰에서 수사했을 것이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오는 분들이다. 또 애국당 당원들은 95%가 이전에 정당 가입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고, 당원의 20%가 책임당원인데 다른 정당보다 2배 정도 된다.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에서 대한애국당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 [중앙포토]

5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101회 태극기집회에서 대한애국당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 [중앙포토]

 
보수통합에는 동참할 생각이 있나?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하고 뭉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다만 김무성ㆍ유승민ㆍ정진석ㆍ김성태ㆍ권성동ㆍ이혜훈ㆍ하태경 의원 등 ‘탄핵 7적’은 정리가 되어야 한다. 이들만 떠나면 보수 대통합을 하고 반문연대를 할 수 있다. 탄핵소추 하기 3일 전에 9인회의 대표 자격으로 김무성 의원을 만나서 ‘탄핵만은 안 되니 친박은 2선 후퇴하고 당신에게 긴급비대위원장을 맡겨 모든 권한을 넘기겠다’고 했는데도 거부했다. 용납할 수 없다.
9일 서울 여의도 대한애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원진 애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9일 서울 여의도 대한애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원진 애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얼마전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속 만기로 풀려날 것이다. 구속 만기일인 올해 4월이 보수 대통합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건 어떻게 보나
그렇게 되기 어렵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지금 대법원에 상고를 안 했기 때문에 법원 구속 기간이 끝나는 대로 2년형이 집행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남은 건 특사나 병보석 등인데, 여권에서 (보수 분열을 노리고) 자기들이 필요하면 시키겠지. 하지만 보수가 바보는 아니다.
서울 여의도 대한애국당 중앙당사에서 놓여있는 설치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여의도 대한애국당 중앙당사에서 놓여있는 설치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표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 대표는 “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3월과 6월에 한국당에서 의미있는 숫자의 의원들이 탈당해 애국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원뿐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도 50명가량 나온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조 대표가 요구하는 ‘탄핵 7적’ 정리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정설이다. 게다가 한국당 내부에서 “태극기 부대의 합류는 당 개혁의 역행”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비롯된 보수진영의 깊은 균열이 내부적으로 해소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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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