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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건에 '레이더 갈등' 알린 日···끝까지 가자는 뜻?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에게 일본이 8일 강제징용과 레이더 조준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8일 비건 특별대표와 북핵 협상을 주요 의제로 통화했다. 가나스기 국장은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도 맡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가나스기 국장이 8일 통화에서 비건 특별대표에게 한ㆍ일 양자관계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일본 외무성은 전화 협의 결과에 대해 “북ㆍ미 교섭 상황과 이후 전망을 포함한 북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일ㆍ미, 일ㆍ미ㆍ한 3국의 긴밀한 연계에 대한 중요성을 확인했다”고만 전했다. 그러나 국영방송인 NHK는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가나스기 국장이 비건 특별대표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한국 구축함의 사격통제용 레이더 조준 여부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에 대한 일본 쪽의 입장을 비건 특별대표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ㆍ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관련 내용을 미국에 언급하면서 일본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의미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해 9월 일본 도쿄(東京)의 외무성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해 9월 일본 도쿄(東京)의 외무성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가나스기 국장이 두 개의 직책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봐야할 것 같다”면서도 “(한ㆍ일 관계는) 북핵 협상과 직접적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문제”라고만 말했다. 일본 측 외교소식통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일본은 한ㆍ미와의 다자 관계를 중시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3자 관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한ㆍ일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일본 정부 내에서 특히 레이더 조준 문제 등을 두고 ‘끝까지 가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며 “한ㆍ일 관계의 악화 문제에 있어서 자국의 입장을 미국에 먼저 잘 설명해 놓자는 입장도 있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11일 중앙일보에 "비건 특별대표와 가나스기 국장과의 통화에선 한·미·일 3국의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것 외에는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문제는 비건 특별대표다. 국무부 홈페이지는 그의 업무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관할(directs)하고, 협상을 이끌며,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선도한다(spearheads)”고 명시하고 있다. 한ㆍ일관계와 같은 양자 외교는 그의 영역이 아니다. 비건 특별대표와 가나스기 국장의 통화가 이뤄진 시점인 8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방중(7~10일)을 하며 북ㆍ미 협상이 한창 탄력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비건 특별대표는 지금 한ㆍ일 관계에 쏟을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레이더 조준 갈등이나 강제징용 문제와 같은 한ㆍ일 갈등을 비건 특별대표에게 언급했다는 것은 외교적으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가나스기 국장은 11일엔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통화했다. 외교부는 통화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 보도자료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일본 외무성이 1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통화 내용 결과를 공유한 트위터 캡쳐. 2항에서 ’북조선(북한)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일ㆍ한과 일ㆍ한ㆍ미 3국이 긴밀히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외교부 발표와는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다. [트위터 캡쳐]

일본 외무성이 1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통화 내용 결과를 공유한 트위터 캡쳐. 2항에서 ’북조선(북한)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일ㆍ한과 일ㆍ한ㆍ미 3국이 긴밀히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외교부 발표와는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다. [트위터 캡쳐]

 
외무성은 “북조선(북한)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일ㆍ한과 일ㆍ한ㆍ미 3국이 긴밀히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통화 내용이지만 발표 내용은 미묘하게 다르다. 일본은 한ㆍ일 관계에 여전히 방점을 찍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일본이 최근 한ㆍ일 관계 갈등을 북핵 외교전과 연동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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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