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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넘어 결제 시장까지…백트가 뭐길래(하)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해 들어 회복했던 1비트코인 당 4000달러 선은 지난 10일 가볍게 무너졌다. 아무래도 24일 출시 예정인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백트(Bakkt)의 비트코인 선물이 또 다시 연기되는 게 아닌가 싶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은 ‘실물 인수도(Physical Delivery)’으로 결제일이 정산한다. 2017년 12월 선보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계약을 현금(달러)로 정산하는 것과는 다르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매매하는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실제 비트코인이 필요하다. 이 상품의 거래 규모가 카진다는 건, 실제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계약 기간은 하루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물 시장의 외피를 쓴 현물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크립토 버전의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출현하는 셈이다.  
<참고 기사: [고란의 어쩌다 투자]2019년 크립토 시장, 뭣이 중한디…비트코인ETF 보다 ‘백트’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283377

 
출처: 비트코인머그닷컴

출처: 비트코인머그닷컴

실물 비트코인 수요를 늘리는 것 외에 백트가 중요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보다도 백트가 더 중요하다고 할까.
 
백트의 주인은 월가가 믿는 ICE
백트가 암호화폐 시장의 핵으로 떠오른 건 백트의 설립 주체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 Intercontinental Exchange) 주도로 설립됐다. ICE는 2017년 기준으로 매출이 46억 달러에 이른다. 12개의 거래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6개의 청산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상장했으며, 2017년 기준으로 S&P500대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54%로 4위를 기록했다.
 
백트라는 이름은 일종의 말 장난에서 나왔다. 지난해 8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백트의 최고경영자(CEO) 캘리 뢰플러(Kelly Leoffler, 제프리 스프레처 ICE 대표의 부인이다)는 “백트(Bakkt)라는 이름은 ‘backed’라는 단어에서 따왔다”며 “backed는 ‘자산담보부증권(asset-backed securities)’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스프레처 ICE 대표, 캘리 뢰플러 백트 CEO. 출처: 포춘

제프리 스프레처 ICE 대표, 캘리 뢰플러 백트 CEO. 출처: 포춘

곧,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주로 가해지는 비판의 하나가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백트는 그런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이름인 셈이다. 실체가 없어 불안해하는 기관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작명인 셈이다. 백트는 ICE의 금융과 기술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백트가 꿈꾸는 모델은 퇴직연금을 구성하는 투자 상품의 하나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관련 상품을 넣는 것이다. 뢰플러 CEO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코인베이스(블록체인 관련 유니콘 기업)에 소액이긴 하지만 지분 투자를 했다”며 “찰스슈왑(미국의 증권사) 이용자보다 코인베이스를 이용하는 밀레니얼 고객층이 더 두텁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에 적합한 투자 상품은 오히려 비트코인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틀 밖에 있는 바이낸스ㆍ비트멕스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보다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백트를 훨씬 믿을 만 하다.
 
백트의 존재감은 첫 번째 투자만으로 1억8250만 달러를 모은 것으로 입증된다. 백트 측은 지난해 말, 보스턴컨설팅그룹ㆍ갤럭시디지털ㆍ호라이즌벤처스ㆍ판테라캐피털 등 12곳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세계 23번째 부자인 홍콩의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도 호라이즌벤처스를 통해 백트에 투자했다.  
 
스타벅스가 파트너로 들어온 까닭은
궁극적으로 백트는 결제 시장도 노리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대금의 2~3%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매장에서 연간 (미국)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로 내는 돈이 25조 달러에 이른다.
 
ICE가 백트를 설립하면서 제휴를 맺은 기업이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다. 포춘은 이를 “기술 기업과 리테일 기업의 조화”라고 표현했다. MS는 결제와 관련한 크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기술을 제공한다.
 
출처: 올비트코인스토리즈

출처: 올비트코인스토리즈

스타벅스의 존재가 흥미롭다. 미국 디지털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은 스타벅스 앱이다. 2340만 명이 스타벅스 앱에 내장된 선불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커피를 산다. 미국 내 애플페이(2200만 명), 구글페이(1110만 명), 삼성페이(990만 명) 이용자를 거뜬히 뛰어넘는다. 스타벅스 내 전체 결제의 40%는 스타벅스 앱을 통해 이뤄진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스타벅스가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으로 보유한 현금 보유량이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리퍼블릭뱅코프(10억1000만 달러), 머천타일뱅크(6억8000만 달러) 등 웬만한 미국 지방은행 현금보유량을 뛰어넘는다. 미국에서는 보통 예금계좌에 일정액 이상이 없으면, 은행이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되레 계좌유지 명목으로 고객에게서 수수료를 거둬간다. 통장에 평소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수수료 없는 스타벅스가 은행 계좌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미국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스타벅스는 바리스타가 일종의 은행 영업점 창구직원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지속적으로 은행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며 “카드 사용자들이 카드에 넣어둔 현금을 뽑아 쓸 수 있게 하는 예금인출 기능까지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구글ㆍ알리바바와 함께 스타벅스가 은행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곧, 암호화폐 기반으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스타트업보다는 오히려 백트가 전통 결제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업계가 그렇게 바라던 ‘유스 케이스(Use Case)’가 출현하는 셈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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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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