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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미술 첫 전시…장승업과 고희동 사이 근대미술 빈칸 채워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 ②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이색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목은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이다. 미술 전시에 이색적이란 형용사를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주제가 대한제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제국기의 일부 사진이나 초상화 전시를 한 적은 있었으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해 대한제국의 미술 전체를 주제로 대규모 전시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문성·만총·정연 외 10인 그림, ‘신중도’, 1907년, 면에 채색, 181.7x171.2㎝, 신원사 소장. 대한제국의 군복을 입은 호법신의 모습이 흥미롭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문성·만총·정연 외 10인 그림, ‘신중도’, 1907년, 면에 채색, 181.7x171.2㎝, 신원사 소장. 대한제국의 군복을 입은 호법신의 모습이 흥미롭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대한제국은 오랫동안 우리 역사책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받았다. 그 여파가 미술 분야에도 미치고 있다. 대개 한국 근대미술사는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가 열린 1930~40년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때 활동을 시작한 이중섭(1916~56), 박수근(1914~65), 김환기(1913~74)가 집중 조명을 받아 왔다. 그에 반해 1890~1920년대의 미술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예컨대 우리 근대미술사를 이야기할 땐 조선후기 장승업(1843~97)에서 1915년 이후로 훌쩍 넘어가 버린다. 도쿄미술학교에 유학했던 고희동의 귀국(1915년) 이후를 근대의 시작으로 보는 식이다. 장승업에서 고희동 사이가 대한제국의 미술이 놓여 있는 시기인데, 이를 공백으로 처리해버린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한제국의 미술작품이 이렇게나 많은가 하고 먼저 놀라게 될 것이다. 어진 및 궁중기록화에서 보이는 일련의 변화, 사진 장르의 등장, 산업공예와 예술공예의 시작, 예술가적 화가의 대두 등이 주요 감상 포인트다. 근대적 미술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인데 대한제국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구본신참(舊本新參)이라 할 수 있다. ‘옛 규범을 근본으로 삼고 새로운 방식을 참작한다’는 뜻의 구본신참은 대한제국 광무개혁을 이끈 이념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대한제국기는 근대미술의 토대가 놓인 시기다. 고종이 추진한 다양한 분야의 근대화 작업이 회화에도 반영됐고, 종국에는 화단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여 점의 전시작 가운데 기자의 눈을 끌어당긴 작품은 1907년 제작된 충남 공주 신원사(新元寺)의 ‘신중도’다. ‘신중도’는 불법을 수호하는 여러 신을 그려놓은 불화의 한 종류다. 흥미롭게도 호법신의 일부가 대한제국 군복을 입고 있다. 군모에는 대한제국 상징인 오얏꽃 문양도 보인다. 1910년에 제작된 공주 갑사(甲寺)의 ‘신중도’에도 대한제국 군인을 연상시키는 호법신이 등장한다. 황실에서 발원한 그림이 아님에도 당시 실정을 반영한 새로운 호법신을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지난해 말 시작됐는데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올해 더욱 그 의미가 뜻깊은 것 같다. 대한제국 때 제정한 국호 ‘대한’과 태극기 등 국가의 상징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거쳐 오늘 우리에게로 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 도록의 영문판이 다음 주 발간될 예정이다. 전시는 2월 6일까지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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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