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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프리즘] 한한령 무뎌졌지만 거안사위해야

이민규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이민규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사태로 인한 중국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 이후 급감했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18년 3월을 기점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약 417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48.3% 감소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약 437만 명으로 늘어났다. 2016년 800만 명 규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점차 회복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중국정부의 한한령 해제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유통·면세·항공 등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 속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11월 베이징과 산둥성을 시작으로 우한, 충칭, 그리고 상하이 등에서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내에서 방탄소년단(BTS) 보도와 한국 사진작가 초대전 개최 등 한국 문화 콘텐트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사드 배치 이슈 해결과 한·중 관계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보복이 중국정부의 경고를 무시한 것에 대한 ‘채찍’이라면, 점진적인 한한령 해제는 ‘당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최근 10년 중국정부가 보인 경제보복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채찍과 당근 모두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책략일 뿐 경제보복 목적 자체가 변했다고 할 수 없다.
 
우선 명확히 할 점은 경제보복은 특정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취하는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즉 방점은 정치적 목적에 있지, 경제보복에 있는 것이 아니다. 2017년과 2018년(10월 기준) 한·중 교역 규모가 오히려 전년 대비 각각 13.5%와 15.1% 증가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10년 중국정부가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등 국가에 가한 경제보복이 양국 경제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드 철수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중국정부는 아직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 보이는 긍정적 신호들은 2017년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대화 시도와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기대감과 악화된 미·중 관계 그리고 남북 관계 개선 등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전략적 조정에 대한 결과일 뿐 사드의 한국 배치를 용인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각계각층의 한·중 간 교류가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드 배치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며,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라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지난 26년 동안 한·중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버리고 앞서 설명한 중국 경제보복의 본질을 직시하는 것이다. ‘거안사위’(평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을 생각, 居安思危)라고 하였다. 심지어 평안할 때도 아니다. 또한 한칼에 해결하기 어려운 전략적·이념적·감정적 문제인 만큼 장기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재개된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불통으로 인해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주면 안 된다. 다행인 것은 과거 경제보복 사례에서 중국은 상대국이 대화를 시도해 올 경우 거부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해 국가이익의 우선순위와 마지노선을 설정해야 한다. 외교는 협상력이 생명이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 전략적 판단을 미리 하여야 한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위기관리 방안 수립 역시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응을 반복할 수 없다.
 
끝으로 정치·외교적 이슈를 경제 이슈로 문제화시키는 것을 삼가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특정 산업이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국 간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정치·외교적 이슈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과는 별개로, 어렵겠지만 정치·외교적 이슈는 정치·외교적 방법으로 푸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민규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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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