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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승태 검찰 조사 ‘법 앞에 평등’ 원칙 지켜라

어제(11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 9시가 가까워지자 수백여 명의 사람들과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양승태를 구속하라. 사법적폐 청산하라.” “인권 좋아하는 연구회 판사들이 이렇게 하느냐.” 100여m 남짓한 경찰 폴리스라인 안에서 집회 참가자들 구호와 보수단체 차량의 확성기 소리에 경찰 경고 방송, 취재 헬기 소리까지 뒤엉켰다. 대법원 정문 위엔 법원 공무원노조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시위대를 뚫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철문이 굳게 닫힌 대법원 안쪽에선 법원 노조 확성기가 볼륨을 키웠다. “더 이상 법원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대법원 맞은편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들이 ‘양승태 대법원장님 힘내세요’ 피켓을 들고 “무엇이 사법농단이냐”며 구호를 외쳤다.
 
‘헌정 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 검찰 소환’이란 불명예가 역사에 기록되는 그 순간 단체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TV로 성명 발표를 지켜보던 판사들은 “왜 굳이 대법원 앞에서…”라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다 사법부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우린 다시 한번 그 물음을 되뇔 수밖에 없다.
 
지금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영 대결의 장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는 2011~2017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사법농단·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을 청와대 요구대로 지연시키고 상고법원 도입 등을 얻어내려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법원행정처 문건들과 관련자 진술로 대법원장의 관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성명과 일문일답에서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세 번이나 밝혔다.
 
전직 대법원장이란 이유로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어떠한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된다. ‘법 앞에 평등’ 원칙은 그 누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치적 시각을 배제하고 실체적 진실만 찾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 역시 정치적인 퍼포먼스나 수사(修辭) 대신 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할 것이다. 어제 성명은 발표 장소와 내용 모두 ‘정치보복’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모두 시민들이 엄중한 눈으로 보고 있음을 잊지 말고 어느 한쪽의 정서에 기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이제 양 전 대법원장 조사는 시작 단계다. 40여개에 달하는 혐의를 조사하려면 추가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망신을 주기 위한 피의사실 흘리기나 불필요한 소환은 금물이다. 구속영장 청구 같은 강제수사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직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수사인데 형사소송 원칙을 한 치라도 비껴가서야 되겠는가. 법원 역시 시종 반성하고 자숙하는 마음으로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번 수사는 사법부가 주권자인 국민 앞에 바로 서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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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