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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그런 금메달이 필요한가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오멜라스’라는 도시가 있다. 아름답고 풍요롭고 평화로운, 그야말로 이상향.  그런데 사실 이 도시는 어떤 계약에 묶여 있다. 도시 전체의 행복을 위해 한 무고한 아이가 끔찍한 불행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오멜라스 사람들은 모두 희생양 아이의 존재를 알고, 아이의 비참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괴로워하며 구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이를 구해주면 도시 사람들이 누려온 행복은 깨어지게 되어 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끝내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그 “행복의 도시”를 스스로 떠나 어둠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지난해 이맘때 타계한 SF·판타지문학 거장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내용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과 즐거움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발견할 때마다 이 우화 같은 단편이 생각난다. 많은 올림픽 금메달로 국민적 자부심과 기쁨을 준 엘리트 체육이 성적지상주의와 폐쇄적 구조로 선수 학대를 방치·조장하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될 때를 포함해서 말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심석희 선수를 응원하고 조재범 코치를 비난하고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게 마음 아파하고 나와 상관없는 가해자에 분노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 내 편의와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할 때, 거기 동참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투명하고 선수 인권이 존중되는 체육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한동안 국제대회 노메달의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그 정도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사회 전반의 성의식과 위계의식의 개혁을 감수해야 한다. 심 선수의 고발은 바로 1년 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되어 정치·문화·종교계 및 사회 전반으로 퍼진 ‘미투 운동’의 연장선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미투에 어떻게 대했나?  초기에는 충격에 휩싸여 피해자를 격려하며 가해자에 분노했지만, 미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우리 일상의 언어와 행동거지, 관습들이 문제가 되자, 피로감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았던가? 오멜라스 사람들이 도시의 안온함을 깨기 싫어 부당한 희생양 아이에 대해 등을 돌렸듯이.
 
그러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심 선수가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서” 어려움을 감수하며 폭로를 한 것처럼.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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