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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노사 교섭타결...농성자들 426일 만에 땅 밟는 순간

426일간의 고공농성과 사측의 강경발언 등 극한 대치로 치닫던 파인텍 노사가 밤샘 교섭 끝에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11일 오후 고공농성중인 파인텍 사무장 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스1]

426일간의 고공농성과 사측의 강경발언 등 극한 대치로 치닫던 파인텍 노사가 밤샘 교섭 끝에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11일 오후 고공농성중인 파인텍 사무장 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스1]

한 계단 한 계단, 75m 높이의 굴뚝에서 426일을 지낸 두 노동자의 발이 땅에 디디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23분이었다.
 
파인텍 노사 교섭이 11일 오전 7시에 타결되며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소속 홍기탁(46) 전 지회장과 박준호(46) 사무국장의 굴뚝 농성도 끝이 났다. 2017년 11월 12일부터 시작된 이 농성보다 더 길었던 고공시위는 없었다.
119구조대원은 오후 2시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국장을 구조하기 위해 로프와 계단을 통해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으로 올라갔다. 헬기를 띄우거나 로프에 몸을 연결해서 내려오는 방식은 오랜 시간 운동을 못 해 체력이 떨어진 두 농성자에게는 무리한 방식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안전한 방법은 소방대원과한 걸음씩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로프를 통해 내려온 건 빨간 가방이었다. 짐이 다 내려오고 난 후 오후 3시 49분 박준호 사무국장부터 몸에 로프를 걸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후 4시 12분 두명 모두 지상에 도착했다.
 
홍기탁 전 지회장은 “위에서 박준호 사무국장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며 “많은 분이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준호 사무국장은 “단식 등을 통해서 지상에서 함께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농성자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파인텍 노동자인 홍기탁(오른쪽)·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75m 높이 굴뚝에서 426일째 농성을 끝내고 내려와 소감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파인텍 노동자인 홍기탁(오른쪽)·박준호씨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75m 높이 굴뚝에서 426일째 농성을 끝내고 내려와 소감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2010년 스타케미칼이라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사를 생산하는 업체인 한국합섬을 인수했고, 2013년 1월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한국합섬 출신인 차광호 지회장은 스타플렉스의 결정에 반발하며 2014년 5월 27일 45m 높이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랐다. "한국합섬 출신인 파인텍 노조 조합원 5명을 스타플렉스 공장에 고용해달라"고 요구하며 408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당시의 약속을 이행해달라"며 지난해 11월 12일 다시 굴뚝에 올랐다.
 
이날 오전 7시에 타결된 6차교섭은 정회를 반복하며 20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진 교섭을 통해 노사 양측은 서로 한 가지씩 양보하기로 결정했다.
 
사측은 김세권 대표가 스타플렉스 대표가 아닌 ‘개인 신분’으로 파인텍 대표를 맡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 그동안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언급된 파인텍 모기업 스타플렉스 김 대표의 법적 책임 부분이 해결된 것이다. 노조는 앞으로 사측과 분쟁이 일어났을 때 김 대표에게 직접 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와의 협상이 이전보다 유리해질 거란 계 노조의 기대다. 노조는 그 대신 "스타플렉스 공장에 직접고용해달라"는 요구를 철회했다.
 
합의안은 A4 한장 반 분량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파인텍 조합원 5명은 오는 7월1일자로 업무에 복귀한다. 고용은 1월1일부터 최소한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는 복귀하는 7월1일까지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파인텍 노동자의 426일째 굴뚝 농성이 이어져 온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앞에서 '파인텍 교섭보고 및 굴뚝 농성 해단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파인텍 노사 협상이 6차 교섭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11일 파인텍 노동자의 426일째 굴뚝 농성이 이어져 온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앞에서 '파인텍 교섭보고 및 굴뚝 농성 해단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차광호 지회장은 “합의안은 많이 부족하지만, 굴뚝 위에 있는 동지와 단식으로 굶고 있는 동지들 때문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 합의가 향후 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세권 대표는 파인텍 합의가 이뤄진 후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많은 관심에 감사하며 합의는 원만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인텍 노사의 교섭에는 종교계 인사 3명이 함께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정말 어려운 합의를 이른 노사 양측의 노력과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갈등이 있었던 파인텍이 상생, 화합의 상징이 되도록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농성으로 인해 열병합발전소를 가동시키지 못했던 서울에너지공사는 두 농성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된 상태다.
 
김소연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대표는 "한사람 당 하루에 50만원씩 해서 현재 벌금 규모가 3억원 정도"라며 "김세권 대표가 에너지공사측과 직접 관계가 없어 합의사항에 이와 관련된 것은 없지만, 농성자들이 스스로 내려온 만큼 좋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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