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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자본금 100원 회사, 왜 1673억 주식 매입했나

자본금 100원짜리 ‘종이 회사(페이퍼컴퍼니)’가 대기업 주식 1673억원어치를 샀다. 필요한 돈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에서 빌렸다.
 
금융감독원은 이 대출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10일에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연합뉴스]

금감원은 조만간 세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만일 금감원의 최종 결론이 불법으로 나오면 한투증권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일은 201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SK는 LG가 보유한 LG실트론의 지분 51%를 6200억원에 샀다. 회사 이름은 SK실트론으로 바꿨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SK실트론이 같은 해 11월 공개한 2017년 3분기 보고서를 보면 ‘키스아이비제16차’라는 페이퍼컴퍼니가 SK에 이어 2대 주주로 등장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SK실트론의 지분율은 19.4%에 달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라는 회사는 자본금이 100원에 불과하다. 2017년 6월 법인 등기를 하면서 주소는 서울 여의도 한투증권 본사 5층으로 법원에 신고했다.
 
이런 회사가 어떻게 1600억원대의 거액을 빌려 대기업 주식을 샀을까. 한투증권은 이 회사의 무엇을 믿고 거액을 빌려줬을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그 비결은 ‘토탈리턴스와프(TRS)’라는 계약 관계에 있었다. 용어는 어려워 보이지만, 실상은 비교적 단순하다. 최태원 SK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한투증권이 돈을 빌려준 것이다. 키스아이비제16차라는 회사는 한투증권과 최 회장의 TRS 거래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였다. 
 
TRS 계약에 따라 최 회장은 언젠가 SK실트론의 주식을 팔거나 증시에 상장시켜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을 모두 가져간다. 반대로 손실이 생기면 최 회장이 모두 메워줘야 한다. 한투증권으로선 최 회장을 믿고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해준 셈이다.
 
일반적으로 TRS라는 계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금융 당국이 한투증권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해 줄 때는 분명한 조건이 있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법인 대출만 허용하고 개인 대출은 금지한 것이다.
 
한투증권이 페이퍼컴퍼니에 돈을 빌려준 것은 형식적으로 법인 대출이다. 그런데 TRS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개인 대출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는 사익편취(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이용)”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만일 개인 대출이라면 한투증권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한투증권은 업계의 ‘관행’을 내세운다.
 
정일문 한투증권 신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설명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도 문제가 있다고 하면 수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실무진은 한투증권에 대해 발행어음 업무의 일부 영업정지, 담당 임원 문책 등 중징계 의견으로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렸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징계를 결정하면 이 사안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 넘어간다. 최종적인 제재 여부와 수위는 금융위원회가 결정한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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