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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눈물… 태안화력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사망 한달

 
10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화력발전소). 높게 솟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수증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 그의 명복을 비는 안내문구가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 그의 명복을 비는 안내문구가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7개의 굴뚝 가운데 정문과 가장 가까운 굴뚝에서는 수증기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태안화력 비정규직 근로자였던 고 김용균(25)씨가 일하다가 숨진 9·10호기 굴뚝이다. 사고 이후 9·10호기는 한 달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정문 너머 대형 전광판에는 ‘고 김용균님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서부발전은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비쳤다. 그 아래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최고의 품질, 깨끗한 환경으로~’라는 안내판도 설치도 있었다.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는 근로자들은 내부 분위기를 묻는 말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심정도 이해해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입구에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맨 왼쪽 수증기가 나오지 않는 굴뚝이 김씨가 일하다 숨진 9·10호기다. 신진호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입구에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맨 왼쪽 수증기가 나오지 않는 굴뚝이 김씨가 일하다 숨진 9·10호기다. 신진호 기자

 
청년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씨가 사고로 숨진 지 11일로 꼭 한 달을 맞았다.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1년짜리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3시2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상태였다.
 
전날 오후 6시쯤 현장근무에 투입된 김씨는 오후 10시20분쯤 동료직원과 통화한 뒤 사고 현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잡혔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2인 1조 근무원칙이었지만 그는 혼자 근무를 하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숨을 거뒀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고 김용균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와 김용균씨의 부모는 8지난 일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연합뉴스]

태안화력 비정규직 고 김용균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와 김용균씨의 부모는 8지난 일 대전지검 서산지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속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숨지기 닷새 전으로 동영상에는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다. 동영상 속 김씨는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석탄을 발전기로 옮기는 컨베이어를 점검했다. 컨베이어를 빠르게 움직이도록 돌아가는 아이들러도 꼼꼼하게 촬영했다.
 
김씨의 시신은 지금도 태안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대통령과의 만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미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숨진 고 김용균씨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생전 동영상. 그는 석탄가루가 날리자 휴대전화 렌즈를 닦은 뒤 다시 컨베이어벨트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지난해 12월 11일 숨진 고 김용균씨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생전 동영상. 그는 석탄가루가 날리자 휴대전화 렌즈를 닦은 뒤 다시 컨베이어벨트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 본사 앞에는 그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외주화 중단을 담은 플래카드 수십 여장이 걸렸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부발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부발전의 은폐시도, 작업재개 움직임을 규탄했다.
 
김씨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은 28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김용균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지난해 12월 27일 전면 개정됐고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법률의 공포를 의결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김씨가 안치된 충남 태안군 태안장례식장 2층 빈소 입구에 그를 추모하는 대형리본이 놓여져 있다. 신진호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김씨가 안치된 충남 태안군 태안장례식장 2층 빈소 입구에 그를 추모하는 대형리본이 놓여져 있다. 신진호 기자

 
개정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대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의 공포를 의결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법률”이라며 “한 비정규직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은 국민 모두의 가슴에 상처로 남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의 공포를 의결했다.[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의 공포를 의결했다.[뉴스1]

 
김씨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한 달간 그의 직장동료와 안전책임자 등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1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동료들은 “김씨가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 경찰 수사에서 김씨가 단 이틀만의 교육을 받고 곧바로 일을 시작한 사실도 확인됐다.
 
태안화력본부의 간부급 직원 등 6명도 줄줄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하청업체를 관리하고 안전관리를 총체적으로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들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태안지역에선 김씨 사망 이후 한 달여간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조기에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경제 악화 때문이다. 회식과 모임이 모두 취소되면서 태안읍내 음식점은 저녁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상인회와 지역단체들은 ‘시장상인 다 죽는다. 집회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서부발전 정문과 읍내 곳곳에 내걸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 교차로에 집회중단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씨가 숨진 지 11일로 한 달을 맞았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 교차로에 집회중단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가세로 태안군수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태안의 지역경제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역의 상인을 살려주십시오”라고 정치권과 각계각층, 국민에게 호소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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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