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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산 경쟁차 연구 스톱한 까닭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2만5000대가 넘는 E클래스를 판매하는 등 7만798대를 팔아 3년 연속 수입차 1위에 올랐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2만5000대가 넘는 E클래스를 판매하는 등 7만798대를 팔아 3년 연속 수입차 1위에 올랐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의 차량분석팀은 지난해 글로벌 경쟁차 분석인력을 크게 늘렸다. 기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전기차 전문 업체 등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분석은 수년째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내수 시장도 사실상 해외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며 “국내 완성차의 상품성 분석은 영업본부나 마케팅 쪽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자동차 시장이 국산차가 압도하는 ‘일본형’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경쟁하는 ‘유럽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요 자동차 강국의 수입차 점유율(2017년 기준)을 보면 미국이 49.2%로 가장 높고, 이탈리아(41.7%), 독일(38.7%), 프랑스(31.3%) 등의 순이었다. 자동차 강국 가운데엔 자국차와 경차 선호도가 높은 일본(7.1%)이 가장 낮았다. 10년 전까지 일본형 시장이었던 한국도 유럽(30% 이상)만큼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하는 이유다.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는 ‘현대·기아차 vs 수입차’의 경쟁으로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 2010년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9%였지만 2017년 15.2%, 지난해엔 16.7%로 성장했다. 2015년 폴크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인 ‘디젤게이트’로 이듬해 역신장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시장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BMW 화재사태가 아니었다면 20%를 돌파했을 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차(레저용 차량 포함)는 총 155만8905대였다. 이중 현대차가 54만3652대, 기아차가 49만9607대를 팔아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65%였다. 3위는 쌍용자동차로 10만9140대(7%)를 팔았고, 4위는 르노삼성자동차(9만369대·5.8%)가 차지했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등을 겪은 한국GM은 8만5432대(5.48%) 판매에 그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입차는 지난해 26만705대를 팔아 내수 시장점유율 16.7%를 기록했다. 수입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각각 7만798대, 5만524대를 판매했는데 이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더하면 7.8%로 국내 완성차 3위인 쌍용차를 뛰어넘는다. 

같은 독일계인 아우디·폴크스바겐(2만7840대), 포르쉐(4285대)를 더하면 총 판매량은 10만7975대, 시장점유율은 9.8%를 넘는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최대 경쟁자는 독일계 완성차 업체인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자동차 시장이 일본형에서 유럽형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는 내수시장이 정체된 데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차그룹 외에 국내 생산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2개 차종)뿐이다. 수입차는 최신 미래기술을 적용한 신차를 쏟아내는데 현대차그룹 외엔 이들과 경쟁할 역량을 갖춘 업체가 거의 없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은 “일본은 내수 450만대 시장에서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이 40%대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자국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과 다양성이 뛰어나다”며 “150만대에서 정체된 한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3사가 부활하지 않는 한 수입차에 시장을 뺏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차가 1년에 쏟아내는 신차가 400종이 넘는데 현대차그룹 신차 10여종으론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20%, 30%를 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완성차 3개사 중 올해 국내 생산 신차를 선보이는 업체는 쌍용차 뿐이다. 국산 완성차 업계의 부진이 계속되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쌍용차가 지난 3일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칸. [사진 쌍용자동차]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완성차 3개사 중 올해 국내 생산 신차를 선보이는 업체는 쌍용차 뿐이다. 국산 완성차 업계의 부진이 계속되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쌍용차가 지난 3일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칸. [사진 쌍용자동차]

익명을 원한 수입차 관계자는 “현재 한국 수입차 시장은 고급차 위주지만, 친환경·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대중차 시장으로 재편되면 유럽처럼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별로 1만대 이상 판매하면 자체 마케팅이 가능하고 3만대를 넘으면 가격경쟁이 가능해지는데 현재 1만대 넘게 판매하는 브랜드가 5개뿐이지만 몇 개가 더 늘어나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국산차가 상품성을 높이지 않고선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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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