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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전자투표기' 도입한 민주콩고, 독립 후 첫 정권교체

아프리카 중부 내륙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민주사회진보연합의 펠릭스 치세케디(55) 후보가 당선돼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고 AFP통신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콩고 대통령에 당선된 펠릭스 치세케디. [AP=연합뉴스]

민주콩고 대통령에 당선된 펠릭스 치세케디. [AP=연합뉴스]

민주콩고에서 군사 쿠데타나 세습이 아닌 선거로 정권이 교체된 것은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투표의 결과에 대한 반발과 조작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민주콩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NI)는 지난 달 30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중간 집계 결과 치세케디 후보가 38.57%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고 10일 발표했다. 또 다른 유력 야권 후보였던 마르탱 파율루는 34.8%, 범여권 후보인 에마뉘엘 라마자니 샤다리 전 내무장관은 23.8%를 득표했다. 
 
이로써 199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2001년 암살)과 그 아들 조셉 카빌라 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던 22년 간의 세습 통치가 종식됐다. 카빌라 부자 이전에는 1965년 군부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모부투 세세 세코가 32년간 장기 집권했다. 
야당 지지자들이 10일 치세케디 후보의 당선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야당 지지자들이 10일 치세케디 후보의 당선을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 
원래 민주콩고의 대선은 카빌라 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16년 말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빌라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은 채 “재정이 부족하다” “폭동이 우려된다” 등의 핑계를 대며 선거를 계속 미뤘다. 
 
헌법의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카빌라 대통령이 시간을 벌어 장기 집권을 도모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퇴진 요구 시위도 격렬하게 일어났다. 유럽연합(EU)까지 나서 카빌라 정부에 빨리 대선을 치르라는 압박을 가하자 카빌라 대통령은 지난 8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선거 예정일은 지난 해 12월 23일이었으나 이 또한 1주일 미뤄졌다. 선거를 열흘 앞두고 선거에 사용될 전자투표 기기 7000여대가 불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민주콩고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시스템(TVS)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한국의 미루시스템즈로부터 수입했다. 
 
지난달 28일 민주콩고 킨샤사의 선관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전자투표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민주콩고 킨샤사의 선관위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전자투표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문맹률이 높고, 국민 상당수가 컴퓨터와 같은 첨단 기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 전자투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높았다. 선거 결과 조작을 위해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체 4000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지역에 살고 있는 100만 명은 투표를 금지 당했다. 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는 폭우로 유권자 명부가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투표를 포기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야당 후보가 손잡았다”
개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카빌라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인 지난 달 31일부터 전국의 인터넷 통신망을 끊어버렸다. “대선에 대한 거짓 결과가 인터넷에 유포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당초 선관위는 대선 결과를 지난 6일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더딘 개표 작업 등을 이유로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대선 결과가 조작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예상을 깨고 야당 후보인 치세케디가 당선됐지만,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파율루 후보는 치세케디 후보가 카빌라 대통령과 형사 소추 면책과 권력 분점 등을 협의하는 ‘밀실 거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빌라 대통령이 자신의 안전을 약속 받고 치세케디 후보를 위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조셉 카빌라 콩고대통령. [중앙포토]

조셉 카빌라 콩고대통령. [중앙포토]

민주콩고에서 영향력이 큰 가톨릭교회도 10일 선관위 발표 결과가 교회에서 대선을 감시하며 자체 집계한 내용과 다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4만 명의 선거감시원을 동원했던 콩고 가톨릭교회는 선관위의 발표가 있기 전, 자신들의 집계 결과 파율루 후보가 승리했다고 해외에 있는 자국 외교관들에게 통보한 바 있다. 
 
디디에르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도 나서 “곧 열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민주콩고의 대선 결과를 논의하고 확인해야 한다”며 이번 결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치세케디는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우리는 카빌라 대통령을 더는 적수가 아닌 민주적인 정권 이양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말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치세케디 당선자는 지난 30년 간 민주콩고를 통치한 독재자들에 맞서 싸웠던 ‘민주 투사’인 에디엔 치세케디의 아들이다. 대선 직전까지 인지도가 낮았지만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지지율을 급격히 높였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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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