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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대법원장 검찰 출두…양승태 혐의 자체가 방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조사에서 어떤 ‘방패’를 준비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장의 직권 범위 설정이 그의 주요 방어 논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의 부재도 범죄 혐의를 확정하려는 검찰에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양 전 대법원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양 전 대법원장 모습. [연합뉴스]

‘재판 개입’은 대법원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하는가?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은 다른 범죄 혐의들보다 충족돼야 하는 요건이 많지만, 특히 당사자의 일반적 직무권한(직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예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직권남용은 당사자의 직권을 남용해야만 인정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용한 권리의 ‘부적절함’을 따지기 전, 해당 지시가 당사자의 직권에 속한 게 아니라면 직권남용이 인정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지난 1991년 치안본부장 A씨가 국과수 법의학과장에게 부검소견서가 아닌 치안본부장의 기자 간담회에 사용할 메모를 조작해 작성하게 한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실장이 전직 대통령을 위한 주거지를 마련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장에게 ‘주거지 주변 토지를 공용청사부지로 지정하라’고 요구했어도 1994년 대법원은 역시 직권남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치안본부장이 국과수 법의학과장에게, 대통령 경호실장이 서울시장에 요구한 것은 각 당사자의 직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뉴스1]

양 전 대법원장 측도 이 부분을 짚고 갈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장의 직권 속에는 ‘다른 판사의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방식이다. 이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했느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아예 직권남용의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의 직권 속에 일반 판사의 판결에 대해 지시·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면 이는 판사의 독립성에 심각한 손상을 끼치는 만큼 이런 권한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며 “그런데 이런 권한이 없음을 인정하면서, 이를 남용해 재판 개입을 했다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직위를 남용한 것과 직권을 남용한 것을 다르게 판단한다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재판 개입이 직권의 하나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판사들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미수에 대한 조항이 없어 무죄로 판결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모킹 건' 없어…부적절한 행동과 '위법'은 다르다"
 
‘심증’을 넘어서는 강력한 물증이 없는 점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이 파고들 수 있는 측면이다. 현재까지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작성한 업무수첩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검찰 진술 등이 주요 물증으로 꼽힌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보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주로 ‘구두’로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보고받았을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물증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가해자 측 대리인인 김앤장 변호사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긴 하지만 ‘범법 행위’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거래’ 내역이 발견돼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면 위법한 행위라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령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지시를 받은 실무진의 ‘위법한 행위’가 곧바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로 이어지진 않는다. 최근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판결문을 통해 “지시에 따른 하급공무원의 직무수행 행위가 위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급공무원의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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