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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미국, 북한의 비핵화 대가가 무엇인지 결정할 때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북한 최고 지도자의 모호한 신년사 탓에 매년 북한의 향후 행보가 어떨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 한반도 정세는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정부가 유의미한 협상안을 도출해 내지 못하면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자신감과 세부사항을 기피하는 경향 탓에 미국은 결과적으로 후회하게 될 약속을 내걸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선언문이 지닌 결함을 뒤늦게서야 발견했다. 첫째, 북한 비핵화가 북·미관계의 진전, 다시 말해 제재완화와 밀접하게 연동돼 버렸다. 둘째는 비핵화 검증 방식을 비롯한 합리적인 이행 과정을 명확하게 규정짓지 못했다. 그 결과 이후 상황을 진척시키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 실무자 회담 등 우리가 오늘날 보는 바와 같이 ‘회담에 회담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북한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 역시 유의미한 양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몇 달 동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진전시킨 남북관계를 트럼프 행정부가 고의로 방해하려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미국이 북한에 어떤 보상을 제시하기에 앞서 유의미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은 이제 허상으로 밝혀졌다. 그런 만큼 이제라도 한반도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어떤 순서로 놓아야 할지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고찰을 해야 한다.
 
몇 가지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그중 하나는 2007~2008년 6자회담 당시처럼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일단 신뢰를 구축한 후 핵물질, 핵무기 및 미사일 재고량을 비롯한 다른 안건에 대한 협상도 진행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핵물질, 핵무기 및 미사일의 개발 중단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절반밖에 다루지 못한다.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이 무엇을 양보해야 하느냐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글로벌 워치 1/11

글로벌 워치 1/11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간절히 바란 종전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고 기회를 낭비했다. 종전선언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전쟁은 끝났고, 남북은 종전을 인정하며, 평화체제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협력하겠다’는 명백한 사실을 대외에 선언할 수 있었다.
 
꽤 괜찮은 발상이었지만 (미국이 거부하면서) 이제 북한은 종전선언 대신 제재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대북제재 완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모스크바 3자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러시아·중국·북한이 대북제재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조치를 거둬들인다면 아무 성과 없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보상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며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한 확실한 대안이 있다. 비핵화가 추진되는 동안 미국은 한국이 북한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남북철도 공동조사단 구성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미국과 한국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비핵화 의제가 협상테이블에 올라가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상응하는 절차에 합의하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는 줄어든다.
 
북한은 비핵화와 남북철도 문제를 결부시키기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경제정상화를 얼마나 절박하게 원하는지를 우선 자문해야 한다.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협상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지만, 그러면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학수고대하는 듯하다. 김정은이 2차 정상회담에서도 첫 회담에서 했던 과장 선전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현재 우리가 방향을 잃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고자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무엇을 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에 앞서 한국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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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