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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기관에 대한 실망의 크기는 국민이 판단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에서 과거처럼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제 회견의 모두 발언에 포함된 내용이다. 더러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거처럼 크게’에 해당하는 일은 없었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예로 든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에서 새 정부 출범 뒤 대형 권력형 비리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권한을 남용하거나 불공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규정될만한 사안들은 꽤 있었다. ‘드루킹’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소극적 수사, 이른바 ‘적폐 청산’ 과정에 얽힌 검찰의 무리한 과잉수사를 지켜보며 “도대체 달라진 게 뭐냐”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낸 국민이 많았다. 그들이 얼마만큼 실망했는지는 본인만 안다. 대통령이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권력기관의 범위를 청와대와 정부 부처로 넓히면 문 대통령의 생각과 현실의 간격은 더 벌어진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활동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부당하게 사용된 행정부 권력을 고발했다. 그들의 폭로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조사와 공기업 인사 개입, 정부 부처의 민간기업 인사 관여 시도 등의 숱한 의혹이 드러났다. 내부 고발자로 나선 동기가 올바르냐 아니냐를 떠나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할 일들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 문제 제기는 자기가 경험한, 자기가 보는 그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사관 건에 대해서는 “그가 한 행위 때문에 시비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개인 일탈로 규정했다. 그동안 청와대의 대통령 참모들이 “미꾸라지”와 “망둥이”로 그들을 일컬으며 보인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인식은 국민 실망을 키운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권력기관 개혁도 이제 제도화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직자 비리수사처 개설, 국가정보원법 개정, 검경 수사권 재조정 등으로 ‘제도적 개혁’을 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 공약인 이런 사안들은 지금까지 ‘적폐 청산’ 작업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 바람에 구체적인 내용이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국회에서의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의 입법안에는 부작용을 낳을 독소적 요소들도 적잖이 포함돼 있다. 정권의 업적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해 ‘악마적 디테일’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제도화에는 입법 과정이 수반되고, 입법에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협치 정신이 실종된 지금의 청와대로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 또 한 차례의 실망이 우려된다.
 
민주사회에서 부당한 권력 행사를 감시하는 핵심 수단은 언론이다. 그래서 불과 며칠 사이에 언론사에서 청와대로 바로 일자리를 옮긴 기자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그야말로 아주 공정한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 해 온 분들” “지금 정부에는 권언유착이 전혀 없다” 등으로 자신의 비서실 인사를 옹호했다. 이런 대통령의 판단이 바로 권력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초래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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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