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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오늘 검찰 출석…대법 정문 앞 회견하는 까닭은

양승태. [연합뉴스]

양승태. [연합뉴스]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신고된 시위와 집회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대법원 정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말했다. 돌이킬 수 없는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을 승복할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억울함을 표출하는 곳”이라 했다.
 

“검찰청사 앞에선 아무말 않을 것”
양 전 대법원장, 포토라인 거부 뜻

“판사에 영향력 행사 의도” 비판
전문가 “피의자 입장 밝힐 권리”

그런 대법원의 정문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연다. 그가 12년간 대법관이자 대법원장으로 매일 전용차에 앉아 지나쳤던 곳이다. 양 전 원장 변호인단은 기자회견 장소로 대법원 내부를 원했지만 대법원과 조율 끝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연 뒤, 차를 타고 길 건너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피의자로 출석한다. 검찰은 대통령급 예우를 갖춘 포토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 측은 “검찰 포토라인에선 아무말도 하지 않을 계획”이라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법조계와 시민 사회에선 사법부의 전직 수장이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했다. 대법원 정문 앞은 그가 평생 몸 담았던 법원의 판결을 불복하고 규탄했던 시민들이 목소리를 냈던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초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 터져나오고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뒤 대법원 정문 앞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을 규탄하는 집회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대법원 앞에서 재판 거래 의혹을 비판했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전 원장은 아직도 국민보다 법원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은 것 같다”고 했다. 또 “양 전 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을 거부하는 것도 검찰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며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양 전 원장이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판사들에게 건재함을 보여주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같아 부당하다”고 했다.
 
[그래픽=심정보 기자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기자 shim.jeongbo@joongang.co.kr]

하지만 양 전 원장의 선택을 두고 ‘특권 의식’이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우리 헌법의 대원칙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며 “어떤 피의자일지라도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죄인처럼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라 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상고 법원을 반대해 대법원과 관계가 악화됐던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어떤 피의자라도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입장을 밝힐 선택권이 있고 양 전 원장도 예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 전 원장이 퇴임 후 입장을 밝히는 것은 지난해 6월 1일 자택 기자회견 후 224일 만이다. 당시 양 전 원장은 “재판은 신성한 것이며 그것을 그렇게 함부로 폄하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의 손발이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억울한 판결을 규탄했던 대법원 정문 앞에서 그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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