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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면 안놔, 별명이 X아이" 재건축 비리 저승사자가 된 남자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사건' 브리핑이 진행됐다. 경찰은 3개 건설사 임직원과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 총 334명을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선정 비리 사건' 브리핑이 진행됐다. 경찰은 3개 건설사 임직원과 홍보대행업체 대표 등 총 334명을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현 정부는 집권 이후 재건축(재개발 포함) 비리를 대표적인 생활 적폐로 지목하고 강력한 근절 의지를 보여왔다. 해당 비리가 사업비를 폭증시켜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재산 손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 전반에 거품이 끼도록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건축 비리 전문 경찰관 인터뷰
아직 비리 근절 먼 이야기
사업비 급증하면 심층수사 필요

경찰은 재건축 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해왔다. 그동안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 9일 이철웅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위를 만나 들어봤다.
 
이 경위는 재건축 업계에서 저승사자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재건축 비리 사건 처리 건수와 질을 인정받아 '재건축 비리 전문 수사관'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현재 관련 전문 수사관은 전국 각지에 8명이 있는데, 경찰 안팎에서는 이 경위 등을 최고로 평가한다. 그는 재건축뿐만 아니라 건설 범죄 전반에 대한 수사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17년 8월엔 서울 강남 등에서 분양권 불법전매 사범 600여 명을 무더기로 검거하기도 했다.
 
이 경위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더라.
"별명이 'X아이'가 됐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고 봐달라고 압력을 넣어도 하나도 안 통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어떻게 재건축 비리 전문 수사관이 됐나.
"2014년 서울청 지수대에 창립멤버로 합류하고 우연히 재건축 비리 수사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데다 엮여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심해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수사를 하다 보니 조합원들이 비리에 따른 분담금 상승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걸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분들을 놔두고 그만둘 수 없었다. 수시로 건설업자들을 찾아다니며 과외를 받았다. 하루하루 머리를 싸매고 일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됐다. 선후배들이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덕도 있다."
 
이 경위는 "어떤 사업장이든 비리가 없으면 추가 분담금을 들일 필요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담금이 많이 증가하면 비리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철웅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위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이철웅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경위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이제 좀 재건축 시장이 깨끗해졌나. 
"시공사들이 시공권을 따기 위해 금품을 살포하거나, 그 과정에서 OS 요원(대면 홍보요원)을 고용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조합원들도 달라졌다.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총회 참석률이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계속해서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지금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업장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가 지속해서 이어져야 하고 강도도 더 세져야 할 것 같다."
 
가장 심각한 비리 유형은 무엇인가.
"흔히 공사 일감들을 발주하는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지만, 그건 피상적인 부분이다. 껍질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뒷돈의 대가로 사업비를 늘리는 배임이 본질이다. 이 부분을 심층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수사에 성공한 사례가 일부에 그쳐 안타깝다."
 
심층 수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국적으로 재건축 비리 전문 수사관이 더 늘어나야 하고, 나를 포함해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 재건축 비리 전담 부서를 만들 필요도 있다."
 
이 경위의 동료 중에는 2017년 반포1단지 1·2·4주구 재건축 등 주요 사건을 처리한 선후배들이 많다. 이들도 조만간 이 경위처럼 재건축 비리 수사관 인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타 보완해야 할 점은 없나.
"좀 더 구체적인 사업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특히 각 공사 일감별로 적정 공사비가 얼마인지 제시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합원들 대부분은 복잡한 재건축 사업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스스로도 사업 진행 현황에 대해 더욱 세심하게 감시해야 한다. 사실상 전 재산이 왔다 갔다 하는 사업인데, 의외로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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