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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불안과 권태 사이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카카오 톡을 통해 받은 세모 인사 중 “행복하세요”라는 표현이 눈에 설었습니다. 찾아본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속 “행복하세요”라는 표현이 어법에 맞는지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형용사는 명령문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옳은 표현이 아니라는 답변이 올라와 있습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가 적절하다는 것이죠. 의미상으로도 행복은 기원해 줄 수는 있어도 그 기원을 들은 이가 혼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인생엔 너무나 많은 변수와 우연이 있기에 이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미약한 존재인 인간이 주체적 의지로 스스로 행복을 성취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연초에 뵌 임상심리학 교수님은 위의 문장에 물음표를 붙인 의문문을 들으면 잊고 있던 불행함이 일깨워진다는 이야길 하셨습니다. 별생각 없이 살고 있다가도 상대로부터 “행복하세요?”라는 허를 찔린 듯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좋지 않았던 기억들과 삶 속 불만족한 것들이 증폭되어 생각난다는 것입니다.
 
불안을 만들어내는 걱정의 종류는 이루 셀 수 없습니다. 종이에 베인 손가락에 동여맨 반창고가 헐거워져 다시 갈아야 할까 하는 문제부터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딸아이의 초조한 눈빛에 연민을 느끼는 것에 이르기까지, 작게는 하루치 걱정거리에서 길게는 수십 년의 고민까지 복잡해진 삶만큼이나 우리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렇듯 매일같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폭풍처럼 몰아치던 일들이 갈무리되면 쉬려 침대에 누웠다가도 어느덧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인터넷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의무가 진공상태에 접어들면 이렇게 한가로워도 되나 하는 느낌 끝에 뭐라도 하기 위해 하다못해 쇼핑이라도 할까 기웃거리는 것입니다. 불안의 끝자락에 다시 한가로움을 못 견디는 권태의 감정이 살아납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불안과 권태 사이를 헤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합니다.
 
지금 불안하신가요, 아니면 권태로우신가요?
 
불안은 지금을 버티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의지의 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권태는 성취의 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내게 넣어주는 독려와 같습니다.
 
불안도, 그리고 권태도 모두 필요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종의 유전자를 남기도록 해준 것들이기에, 지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기에 그 모든 감정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봅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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