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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 논설위원이 간다] 김태우 "감찰한다며 여자관계 캐서 협박···부끄러웠다"

성폭력 ‘미투’에 이은 공무원 미투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동영상이 공개됐다. [뉴스1]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동영상이 공개됐다. [뉴스1]

2018년은 ‘미투(#MeToo)운동’의 해였다. 1월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발점으로, 성(性) 권력의 어두운 그늘이 통째로 드러났고 각계의 권력자들이 줄줄이 처벌됐다. 지난 연말 시작된 김태우의 폭로와 신재민의 동조는 미투의 공무원판 성격이 짙다. 여성들의 미투가 성추행·성폭행 등의 사적 피해에 대한 항거였다면 이른바 ‘공투’는 국가 권력의 운용, 즉 공권력의 불법 또는 부조리에 대한 폭로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미투에선 “~를 당했다”는 폭로가 주류인 데서 보듯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지만 공투에서 실행자인 공무원(5~6급)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그러기에 “내가 겪었는데 부끄러웠다”는 참회록 형태를 띠고 있다. 
 
“김태우요? 검찰 전체에서 계좌 추적의 최고 전문가죠. 예전 대선자금 수사와 삼성 특검 수사 때 계좌추적을 총괄했던 이광호 수사관의 수제자입니다. 계좌추적을 잘 하려면 첫째 창의력, 둘째 사명감이 필수 자질입니다. 수사관이 하루에 들여다보는 돈 거래가 수천건입니다. 그 중에서 범죄 혐의를 발견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예전에 계좌추적을 하려면 은행에 가서 마이크로 필림을 샅샅이 뒤져야 했어요. 문서 보관 창고에 먼지가 많아서 툭하면 감기 걸리고 눈도 나빠져요. 검사들은 출세해서 좋지만 수사관들은 힘들죠. 사명감없이는 못합니다.”
 
대검 중수부와 범죄정보실에서 김태우 수사관을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썼다는 검찰 간부 출신 K변호사는 지난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수사관은 대검 중수부와 범죄정보실 두 군데서 대부분 근무한 베테랑이라고 평가하면서다. 
 
김 수사관이 왜 폭로했다고 보나.  
“내가 일할 땐 범죄 정보 담당 직원에게 불법적인 일만 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만 주고 어디서 누굴 만나는지, 뭘 하는지 묻지 않았다. 정보를 얻으려면 궂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 민정수석 등이 진영 논리로 첩보와 동향 보고서를 불공정하게 다루고 김 수사관이 바라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에 때가 묻었다며 감찰을 시키니 20년 공무원 인생을 걸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 아니겠나. 그는 인사 때마다 지방과 서울 근무를 왔다갔다하는 검사들과도 다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를 잘 아는데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니 반발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                [장진영 기자]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 [장진영 기자]

 
김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를 비교한다면.
“둘 다 자기 분야에서 엘리트였다. 또 국가 권력의 운용,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부당성을 폭로했다. 상부의 불법적 감찰 지시와 청와대 비서실의 부조리한 정책 개입 및 압력 의혹 등에 대해서다. 하지만 폭로 이후 행보가 확연히 다르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와 대결 의지를 불태우는 반면 신씨는 자살 소동 후 입원중이다. ‘죽으면 믿겠지’라는 심정이었다고는 하나 2015년 뇌물 리스트를 남기고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에서 보듯 당사자가 숨지면 진실 규명은 더 어려워진다.”
 
같은 날 자정께 김 수사관과 통화를 했다.
 
신재민씨와는 아는 사인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접점이 있다. 지난 5월 백복인 사장 연임을 막으라는 취지의 ‘KT&G 인사 개입 문건’의 유출자가 신씨임을 이번에 알고 깜짝 놀랐다. 사실 당시 청와대에서 민간업체인 KT&G 사장을 쫓아내라고 지시했다. 그걸 담은 기획재정부 내부 문건이 국회로 유출되자 민정수석실에서 우리를 보내 보복 감찰을 한 것이다. 그 때 우리가 신씨를 찾아냈어야 하는데 못 찾았다.”
 
청와대는 ‘정당한 감찰’이라고 하는데…
“당시 민정 비서관실에서 감찰을 나갔다. 민정에선 공직자감찰을 하면 안된다. 거긴 민심 동향 및 분석을 하는 곳이다. 공직자 감찰은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의 업무다. 당시 민정 비서관실에 요원이 2명 밖에 없어서 인원이 모자라자 날 데리고 갔다. 올해 초 과기정통부 감찰도 나갔다. 감사관과 부하 직원의 휴대폰을 털어오고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조사 후 두 명 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다른 부처 감사때는 여자 관계를 캐서 자백도 받았다. 정보유출 감찰한다면서 뒤졌다가 안 나오면 사생활 갖고 협박하는 비겁한 행위를 저도 했다. 그런 게 양심에 찔렸다. 부끄럽고 잘못된 일이었다. 내가 처음 윗사람에게 대든 게 민간업체인 공항철도 임직원의 비위건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였다. 대놓고 민간인 조사를 시켜 반발심이 생겼다. 제가 거부하니까 4개월 뒤 딴 사람 시켜서 조사했다. 지금 폭로하는 것은 제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직권남용의 주체는 그들(상부)이고 저는 도구로 쓰였다. 신재민씨가 부끄러웠다고 한 게 저하고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
 
과거 정권에서 그런 일탈이 없었나.
“그동안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일해봤지만 이번처럼 폭압적으로 감찰한 적은 없었다. 예전에는 청와대 내부에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감찰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외부로 나가서 특수부 같이 압수수색도 하고 소환조사도 한다. 본인 동의서 달랑 한장 받는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라서 더 나쁘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 7조에 특감반의 업무범위나 조사 방법이 다 나와 있다. 강제력에 의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관계만 파악해서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이첩하라고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만든 것이다. 휴대폰 포렌식하고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은 해당 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잘못을 꼽는다면.
“민간 부분 첩보 중 폐기하지 않은 시멘트 업계 갑질 관련 보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참고 자료로 이첩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나. 감찰 대상이 아닌 민간 기업 건이라서 이첩시켰다는 건 말이 안되는 얘기다. 자기들 논리대로라면 폐기시켰어야 한다. 민간인 사찰 중에 가장 나쁜 게 이첩이다. 하명 수사 아닌가.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아들 채용비리도 민간인 부분인데 금융감독원에 이첩시켰다고 했다. 그 자체가 직권남용의 범죄 혐의를 자백한 것이다. 그런 게 최소 6~7개 된다.”
 
국회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방어를 잘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수석이 교수 출신이라 순수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거짓이 많았다. 엄중 경고 했다는 데 저는 경고 받은 적 없다. 오히려 회식 자리에서 반부패비서관이 실적이 많다며 한 얘기가 있다. ‘우병우한테 쫓겨난 분을 풀라. 원없이 일해라’라고 말했다. 첩보와 동향 보고 합쳐서 130건 썼고 그중 4건만 킬 당했다. 97%가 채택됐다. 대개 민정수석실까지 다 보고됐다.”
 
신 전 사무관이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 병원 81병동 출입구. [조강수 기자]

신 전 사무관이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 병원 81병동 출입구. [조강수 기자]

7일 저녁 고려대 인터넷커뮤니티 ‘고파스’에 공고가 하나 떴다. “신재민 교우님의 빠른 쾌유와 정의로운 행동을 응원하기 위해 불꽃놀이 퍼포먼스 행사를 연다”는 거였다. 정작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주최측에 연락해 보니 “반대하는 학우들이 있어서 취소한 걸로 안다”고 했다. 신씨의 폭로를 두고 정의로운 행동이라며 지지하는 측과 경솔한 폭로라며 비난하는 측이 팽팽히 맞서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신씨가 지난 3일부터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81병동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패엔 정신건강의학과 검사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관악서 피해자보호 담당자는 “가족들은 조용하게 퇴원하길 원했으나 주치의가 신씨의 상태가 안 좋다며 입원 치료를 권유해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신씨는 세상을 보는 눈이 기성세대와 다른 ‘신종 공무원’으로,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압박 및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폭로했다"며 "이 과정에서의 부조리와 청와대의 거짓말에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 신씨에 대한 고발장을 들고 간 동료 사무관이 평소 신씨와 친했던 사이라서 충격을 크게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충재)은 8일 "신씨의 폭로는 개인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제2, 제3의 신씨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폭로는 투명사회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고통"이라며 "누구 말이 맞고 틀리냐의 문제보다 정직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들은 부조리, 부당한 것에 대한 잣대가 이전 세대보다 엄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대립사회, 분노사회에선 다툼이 발생했을 때 양쪽 다 치명적 피해를 보는 만큼 정부도 투명하고 포용하며 책임지는 자세로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서를 써놓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사무관이 지난 3일 발견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L호텔.[조강수 기자]

유서를 써놓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사무관이 지난 3일 발견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L호텔.[조강수 기자]

신씨의 폭로대로 기재부가 하룻만에 1조원대 바이백을 취소하고 세수가 많은데도 적자 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는 것은 이상한 일들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에서 만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것도 비정상이다. 현장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지만 국가 전체가 ‘주사(主事)의 나라’가 된 것은 아닌지 입맛이 씁쓸했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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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