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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노래와 미스터리의 조화… '그날들’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장유정 연출

 
창작뮤지컬 '그날들'의 장유정 연출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창작뮤지컬 '그날들'의 장유정 연출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연출가 장유정(43)이 뮤지컬 ‘그날들’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2월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 총연출을 마친 이후 10개월 만의 활동 재개다.  ‘그날들’은 김광석의 히트곡들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3년 초연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올라 누적 관객 41만 명을 돌파했다. 2018∼2019 시즌은 지난달 23일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을 거쳐 다음달 22일부터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장유정은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계에서 스타로 꼽히는 극작ㆍ연출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뒤 2002년 뮤지컬 ‘송산야화’로 데뷔했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05), ‘김종욱 찾기’(2006), ‘형제는 용감했다’(2008)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학로를 대표하는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김종욱 찾기’(2010)와 ‘부라더’(2017)의 감독으로 메가폰도 잡았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재충전했다고.
“맞다. 올림픽 개폐회식 부감독으로 일했던 2년 반 동안 하루 5시간을 채 못잤다. 2015년 12월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도 출산 열흘 후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니 1.0이었던 시력이 0.5로 떨어져 있었을 만큼 건강상태가 안 좋았다. 지난 한 해는 작품 활동을 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스스로 보람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만 고민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묵혀뒀던 ‘버킷 리스트’를 다시 들춰봤다”고 했다. 리스트 중 ^아르헨티나 여행하기 ^탱고 배우기 ^런던에서 한 달 살기 ^암벽 등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해밀턴’ 보기 등을 실행했고, 10㎞ 마라톤은 실내 러닝머신에서 해냈다. 그는 “그렇게 나를 다스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들을 날려버릴 수 있었고 건강도 다시 찾았다”고 했다. 또 “시나리오도 썼다”며 “쉬고 있으니 영감이 지나갈 때 그 꼬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준비가 그렇게 힘들었나. 
“예산이 너무 적었고, 검증받고 허락받아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애국가 제창하는 사람 결정하는 데 1년이 걸릴 정도였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배운 것은 많다. 하나씩 하나씩 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도 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추운 날씨와 지붕 없는 개폐회식장, 부족한 예산 등 주어진 조건에 징징댈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날들’은 재충전을 한 그가 첫 에너지를 쏟는 작품이다. 초연부터 줄곧 호평을 받았던 터라 그대로 무대에 올릴 법한데도,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개의 넘버를 빼는 수술을 감행했다. 그는 “그동안 ‘2막이 더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막은?’라고 물어보면 ‘1막도 나쁘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프로의 세계에서 ‘나쁘지 않다’는 ‘좋지 않다’는 뜻이다. 또 지루함은 누진세 같아서 앞에서 지루하면 뒤에서는 조금만 지루해도 못 견딘다. 1막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을 늘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그날들’에선 ‘새장 속의 친구’ ‘불행아’ 등 두 곡을 빼는 대신 드라마를 보강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깨알 같은 수정”도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 정학이 딸의 말투를 지적하며 “여학생이 돼가지고…”라고 했던 대사를 “학생이 돼가지고…”로 고쳤다. 그는 “보수적인 캐릭터인 정학의 특징을 꼬집으려고 썼던 대사지만, 그 말 자체를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바꿨다”고 말했다.  
 
 
뮤지컬 '그날들'.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그날들'.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 전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물이다. 김광석 노래와 사뭇 이질적인 조합인데. 
“특이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고민했다. ‘운동권의 사랑 이야기’ 식으로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판타지의 조화도 중요하다. 김광석 노래에 대한 호감뿐 아니라 한국 사회 어두운 부분에 대한 공감, 그리고 청와대 경호원같이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한 판타지가 잘 어우러진 것이 ‘그날들’의 매력 아니겠나.”  
 
유준상ㆍ오종혁ㆍ서현철ㆍ이정열ㆍ김산호ㆍ박정표 배우는 초연부터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그날들’에서 같은 역을 맡고 있다. 
“모두 캐릭터가 잘 맞을 뿐 아니라 인성도 좋은 배우들이다. 특히 유준상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른 배우들까지 끌어올려준다. 또 네 번째 시즌에 출연하면서도 노래 레슨을 받고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이 노력한다. 마지막 넘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의 고음 처리는 굉장하다. 공연이 끝나면 늘 내게 ‘어땠냐’고 묻고, 매번 다 적어서 다음 공연 때 반영한다. 정말 존경스럽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한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할 것 같다. 대단한 야욕이나 욕심은 없다. 도전한다기보다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산다. 영화든, 드라마든, 공연이든 가슴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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