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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in UAE]'박항서 매직'은 끝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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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의 나이에 늦깎이 아시안컵 데뷔전을 치른 이가 있다. 바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박 감독은 월드컵과 인연이 많다. 1994 미국월드컵에 트레이너로 참가했고,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에는 수석 코치였다. 하지만 아시안컵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한국 축구에서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박 감독은 아시안컵에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런 그가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아시안컵에 처음 나설 수 있게 됐다. 그의 데뷔전은 지난 8일 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스타디움에서 펼쳐진 D조 1차전 이라크와 경기였다.

아시안컵에 나서기 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에 이어 2018 스즈키컵 우승까지 일궈 내며 베트남의 영웅으로 등극한 박 감독이다. '아시아의 월드컵'에 나서는 박 감독의 데뷔전에 아시아의 시선이 집중된 이유다.

 

박 감독의 데뷔전은 베트남 축구팬들로부터 시작됐다. 경기가 열린 자예드 스포츠시티스타디움에는 약 2000명의 베트남 팬들이 몰렸다. 그들은 흥에 넘쳤고, 열정으로 뜨거웠다. 경기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노래와 춤 그리고 베트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이제 아시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베트남 대표팀만큼이나 아시아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날 관중은 4779명. 절반이 베트남 팬들이었다. 이웃 나라 이라크의 팬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았다. 그들의 한목소리는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이 경기는 이라크의 우세가 예상됐다. 이라크는 중동의 강호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8위로 베트남(100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UAE는 중동이다. 이라크는 홈과 같은 곳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D조 1위를 이란, 2위를 이라크로 전망하는 이유다.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 베트남은 이런 전망을 보란 듯이 뒤집었다. 베트남이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23분 이라크 알리 파에즈의 자책골로 베트남이 리드를 잡았다. 박 감독은 잠시 환호한 뒤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전반 34분 베트남은 이라크 모하나드 알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때 박 감독은 박수를 쳤다. 그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보다 먼저 선수들을 생각했다. 박 감독의 박수는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실점해도 괜찮으니 다시 시작하자는 메시지였다.

박 감독의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전반 41분 베트남은 응우옌 콩푸엉이 두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박 감독과 베트남 팬들은 열광했다. 후반에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다. 이라크가 힘내기 시작했다. 후반 15분 후암 타레크의 골이 터졌고, 후반 추가시간 알리 아드난이 왼발 프리킥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베트남은 2-3 역전패를 당했다. A매치 무패 행진도 18경기에서 멈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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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휘슬이 울리자 박 감독은 그라운드로 향했다. 투지와 헌신을 보여 준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손을 내밀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스태프에게도 일일이 악수를 건넸다. 경기에 졌지만 박 감독은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박 감독의 아시안컵 데뷔전은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베트남보다 한 수 위 전력을 갖춘 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웠다. 한마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중동의 강호 이라크를 상대로 베트남이 이런 경기력을 펼쳤다는 건 박 감독이 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대회인 아시안컵을 감독으로서 처음 나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데뷔전의 의미를 전했다. 경기에 졌지만 박 감독은 당당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우리보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 레벨이 높은 팀을 상대로 최선의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역전골이 아쉽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베트남 정신으로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연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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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다음 상대는 아시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이란. 1차전에서 예멘을 5-0으로 대파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팀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다음 경기는 강력한 우승 후보 이란이다. 오늘 문제점을 다시 잘 보완해 도전자 입장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치르겠다"며 "꽝하이가 이란전에서 골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경기를 졌다고 해서 '박항서 매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한 경기로 박항서 매직의 전부를 평가할 수도 없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라크를 상대로 선전했고 가능성을 남겼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박항서 매직’ 네 번째 신화의 희생양이 이란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박 감독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아부다비(UAE)=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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