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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아버지···찍찍이 신발 대신 특별한 '구두' 만든 아들

배강열(31) 라이크썸모어 대표가 디자인한 구두를 신은 아버지(57)의 모습. 아버지는 배 대표가 태어나던 해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한다. [사진 라이크썸모어]

배강열(31) 라이크썸모어 대표가 디자인한 구두를 신은 아버지(57)의 모습. 아버지는 배 대표가 태어나던 해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한다. [사진 라이크썸모어]

걷지 않아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 구두는 중요한 존재다. 휠체어 밖으로 나온 발이 자주 다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다 보니 발힘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일반 가죽 구두는 신기 어렵다. 휠체어를 탄 아버지가 멋진 구두를 신은 모습을 보고 싶어 직접 구두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다. 배강열(31) 라이크썸모어 대표 이야기다.  

 
배 대표의 아버지(57)는 아들이 태어난 해인 1988년 비포장도로에서 차를 타고 가다 분진으로 시야가 흐려진 상황에서 마주 오던 차를 피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척추의 신경 손상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여러 차례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했지만 손상된 신경은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도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배 대표는 신고 벗기 편한 벨크로, 일명 찍찍이 신발만 신는 아버지를 보며 결혼식이나 모임 참석 때만이라도 구두를 신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구두 디자이너가 된 아들은 누구나 손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구두를 제작하기로 했다.  
구두 뒤축에 밴드를 덧댄 디자인의 구두. [사진 라이크썸모어]

구두 뒤축에 밴드를 덧댄 디자인의 구두. [사진 라이크썸모어]

그가 만든 구두의 가장 큰 특징은 구두 뒤축에 밴드가 둘려 있다는 점이다. 이 밴드로 인해 구두에 유연성이 생겨 발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신을 수 있다. 또 아킬레스를 감싸주고 새 구두를 신었을 때 뒤꿈치가 까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구두에 신축성이 있어 일반 구두에 비해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다. [사진 라이크썸모어]

구두에 신축성이 있어 일반 구두에 비해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다. [사진 라이크썸모어]

배 대표는 착용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모델 촬영 등으로 잔주름이 생겨 판매하기엔 부적합한 B급 상품을 기부하고 있다. "아버지처럼 몸이 불편한 분들이 멋스러운 구두를 신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고 한다. 부산어울림장애인협회를 찾았을 때는 ‘가볍고 편하다’는 말과 함께 개선하면 좋을 점들에 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배 대표는 “앞으로 구두를 디자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의미 있는 자리여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신었을 때 편하면 비장애인이 신어도 편하다는 게 배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디자인한 구두는 30년 이상 구두를 만든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제작한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과 좋은 품질의 구두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피빈 펀딩의 본래 판매 목표는 300만원이었으나 마감 16일이 남은 8일 두 배가 넘는 718만원 어치 구두가 판매됐다. 해피빈 펀딩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펀딩 참여자에게 기부콩 3000원이 지급된다. 기부콩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배 대표는 “제가 디자인한 구두를 다수 후원자에게 선보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심혈을 기울인다. 부담감도 크고 실패하면 낙심도 크다”며 “짧은 시간 제 구두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얼떨떨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품질로 생산하고 꼼꼼히 검품해 잘 보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덧붙였다.  
비장애인이 구두를 착용한 모습. [사진 라이크썸모어]

비장애인이 구두를 착용한 모습. [사진 라이크썸모어]

배 대표에게는 목표가 있다. 그가 태어나 자랄 때만 해도 부산의 신발산업이 활기를 띠었지만 현재는 침체기다. 배 대표는 "훌륭한 기술을 가진 장인들과 젊은 친구들이 상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부산 신발산업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목표도 있다. 배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할 수 있을 때까지 구두 디자인을 하는 것을 꿈꾼다. 그는 “소박해 보이는 인생목표 같았는데 막상 말하고 보니 가장 힘들 수도 있는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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