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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뱅킹 고객 “국민은행 파업하는 줄도 몰랐다”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인 노조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하고 있다. 이날 파업 선포식에는 전국에서 주최 측 추산 9000여 명이 참여했다. [뉴스1]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인 노조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하고 있다. 이날 파업 선포식에는 전국에서 주최 측 추산 9000여 명이 참여했다. [뉴스1]

8일 오전 10시쯤 KB국민은행 서울 노량진지점. 창구 5개 중 2개는 ‘부재중’이었지만 지점 안은 한산했다. 지점 관계자는 “원래도 직접 오는 손님은 고령층이 아닌 이상 그리 많지 않다”며 “요즘 대부분 고객은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은 직장인 김동현(38)씨는 “카드 갱신 때문에 지점을 찾았는데 파업 소식 때문인지 지난번 방문 때보다 사람이 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간단한 은행 업무를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은 “스마트폰, 인터넷, 자동화기기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 건수의 8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국민은행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공무원 준비생 이민주(29)씨는 “오늘 파업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상도동지점을 찾은 원성희(61)씨는 “통장 재발급받으러 왔는데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며 은행을 나섰다. 가스 요금을 내러 남편과 함께 은행을 찾은 안모(71)씨도 “걸어서 30분 거리를 왔는데 안된다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같은 날 서울 남대문 종합금융지점에 일부 직원이 파업에 참여하며 상담창구가 비어 있다. [임현동 기자]

같은 날 서울 남대문 종합금융지점에 일부 직원이 파업에 참여하며 상담창구가 비어 있다. [임현동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8일 하루 경고성 파업을 벌였지만 전체적으로 큰 혼란은 없었다. 은행 측은 노조의 파업에도 전국 1058곳 영업점의 문을 모두 열었다. 은행이 지정한 전국 411곳의 거점점포에선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대출, 수출입·기업금융 업무 등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9000여 명(노조 추산)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 선포식을 열었다. 박홍배 노조 위원장은 “사용자 측이 신입행원 페이밴드 등 부당한 차별은 뒤로 숨기고 오직 금융 노동자가 돈 때문에 파업을 일으킨 것처럼 호도하고 부당 노동행위로 조합원들을 겁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은행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것은 2000년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이번 파업으로 허인 국민은행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옛 장기신용은행에서 노조 위원장을 지냈던 허 행장은 시중은행 가운데 첫 노조 위원장 출신 은행장으로 2017년 11월 취임했다. 허 행장의 취임 이후 은행권 노조 가운데 ‘강성’으로 꼽히는 국민은행 노조와 관계가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노조의 생리를 잘 아는 허 행장이 노사 협상을 주도하지 못하고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허 행장은 지난 7일 사내 방송에서 노사 간 핵심 쟁점이었던 ‘성과급 300% 지급’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노조의 파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 등 조건이 달려 있다”는 이유로 허 행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은 8일 하루로 끝난 것이 아니다. 노조는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의 이틀에 걸쳐 2차 파업도 예고했다. 자금 수요가 몰리는 설 연휴(2월 2~6일)를 코앞에 둔 시기여서 만일 2차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1차 때보다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경영진 54명은 지난 4일 노조의 파업으로 영업 차질이 발생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조건부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허 행장은 임원들의 사표 수리는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 등 핵심 쟁점에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임금피크제 등이 남은 쟁점으로 꼽힌다. 신입행원만을 대상으로 한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에 대해 사 측은 당초 전 직급 확대를 주장했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선으로 절충안을 내놨다. 반면 노조는 페이밴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주정완·이수정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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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