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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따라하기 22년 영부인밴드 “돈 스톱 미 나우”

영부인 밴드의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호(기타)·박중현(드럼)·안철민(베이스)·신창엽(보컬)·김문용(건반). 퀸의 2집 앨범커버(아래 사진)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부인 밴드의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호(기타)·박중현(드럼)·안철민(베이스)·신창엽(보컬)·김문용(건반). 퀸의 2집 앨범커버(아래 사진)와 같은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폭발적 흥행(8일 현재 963만 관객)에 이들이 느끼는 감격은 남다를 듯하다. 이들에게 퀸은 ‘종교’이자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퀸을 사랑했고, 퀸을 닮기 위해 악기를 잡았다. 고단한 샐러리맨의 일과 속에서 시간을 쪼개 퀸 음악을 연주했고, 이제는 제법 퀸을 닮은 무대를 만들어간다는 평가다. 1997년부터 퀸의 트리뷰트 밴드(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은 물론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구현하는 밴드)로 활동하는 ‘영부인 밴드’ 얘기다. 밴드 이름은 한국에 퀸(여왕)은 없지만, 영부인은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PC 통신 시절 밴드를 결성, 유튜브가 대세인 지금까지 오로지 퀸만을 바라보며 수십 차례 공연을 했다.
 
퀸의 2집 앨범커버

퀸의 2집 앨범커버

그들에게 영화는 기적 같은 선물이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이들의 프레디 머큐리 추모공연은 관객을 더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만원 세례를 이뤘다. 그런 아쉬움 때문일까. 12일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앙코르 무대를 연다. 공연 준비에 여념 없는 이들을 홍대 근처 합주실에서 만났다.
 
퀸은 4인조이지만, 이들은 5인조다. 보컬과 키보드를 겸했던 프레디 머큐리와 달리, 영부인 밴드의 보컬 신창엽(44·반도체회사 근무)씨는 키보드를 못 치기 때문에 전업 피아니스트 김문용(38)씨가 가세했다. 기타리스트 김종호(49·은행원)씨는 멤버 중 유일하게 영화를 한 번만 봤다고 했다. 다시 보면 더 많은 눈물을 쏟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신창엽 씨 .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신창엽 씨 .

“무대에서 가끔 실수를 했던 프레디를 업신여기기도 했는데, 무대 뒤 아픔이 저렇게 컸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더군요. 사죄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베이시스트 안철민(45·외국계기업 근무)씨는 “사실과 다른 몇몇 장면이 거슬렸지만, 라이브 에이드 전에 멤버들이 프레디를 지켜주며 팀웍이 더 끈끈해졌다는 점을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의 흥행에 대해 “모든 장르를 수용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퀸 음악의 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찬이 많은 식단처럼 장르가 다양한 퀸의 음악”(안철민)이 “세대를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며 10~20대들까지 두루 포섭했다”(신창엽)는 것이다. 드러머 박중현(44·MBC 관현악단)씨는 “화려한 무대 뒤 프레디의 아프고도 외로운 삶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심경과 공명했다”고 풀이했다. 이들의 퀸 사랑은 ‘트리뷰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대상을 20년 넘게 사랑하며, 닮아가려 노력한다는 건 인생을 바친다는 각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안씨는 “20년 넘게 하니까 ‘딴따라 짓 그만하고 정신 차려라’는 험담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칭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년간 무대에서 프레디로 살아온 신씨는 “또 다른 내가 회사 업무를 하는데 자신감을 줬다”고 했다.
 
김씨의 퀸 사랑은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 준 존재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어릴 땐 퀸을 가벼운 팝밴드로만 알고  좋아하지 않았는데, 20대 후반부터 제대로 빠지기 시작했어요. 공연장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뱃속에서부터 퀸 음악을 들었던 아들은 지금 프레디의 열혈팬이 됐습니다. 퀸이 제 인생이 된 거죠.”
 
김씨는 브라이언 메이 관련 상품은 모두 사들이는 수집광이다. 라이선스 기타 10대를 비롯, 사인 앰프·이펙터 등 모두 합치면 고급 중형차 한 대 값을 넘는다. 피크 대신 6펜스 동전을 사용하는 브라이언의 주법을 따라 하기 위해 단종된 6펜스 동전을 수백 개나 사 모았다. 브라이언 메이가 2014년 내한 공연을 했을 때 공항에서 만나 사인받은 기타는 그의 보물 1호다. 그런 그를 멤버들은 손가락 움직임까지 똑같은 ‘브라이언 메이 연구가’라고 부른다.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보컬 신씨. 그는 늘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다. “음색은 물론 외모도 비슷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요. 노래 연습과 다이어트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하죠. 공연이 많은 요즘은 하루 한 끼만 먹어요. 운전하다 길이 뚫리면 자동적으로 ‘Don’t Stop Me Now’를 흥얼댑니다.(웃음)”
 
전담 코디네이터(장초영)까지 있지만, 안씨는 외모 면에서 퀸의 베이시스트 존 디콘을 닮으려는 노력을 포기했다고 했다. 넉넉한 체형이 존 디콘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 “분장으로 감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너희가 무슨 퀸이냐’라는 악플이 다 제게 쏟아지죠.(웃음)”
 
영화 흥행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으로 멤버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꼽았다. “어릴 땐 레드 제플린 등에 심취한 친구들에게 ‘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커밍아웃이 아닌, ‘퀸밍아웃’입니다.”(신창엽·김문용)
 
멤버들은 다 안다. 퀸 열풍이 언젠간 사그러들 거라는 걸. 뮤지컬 ‘위윌록유’(2008), 퀸 내한공연(2014) 때도 겪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행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퀸 음악이 늘 가슴 속에서 뜨겁게 회오리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기에.
 
“앞으로도 평생 퀸과 함께 갈 것”이라는 안씨의 다짐에 김씨가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눈가 주름에 연륜이 쌓인 그의 우상 브라이언 메이가 보였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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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