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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터진 성폭행 폭로, 국가대표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지난달 조재범 전 코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한 심석희. [연합뉴스]

지난달 조재범 전 코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을 진술한 심석희. [연합뉴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체육계 묵은 과제인 여성 선수 성폭력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심석희 측은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협박을 가하면서 4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며 "한국체대 빙상장의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에서 성폭행이 일어났다"며 구체적인 장소까지 밝혔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포함해 4명을 상습 상해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심석희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상습적인 폭행뿐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만 17세인 2014년 이후 조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조 전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진천선수촌을 이탈했고, 이로 인해 조 코치의 상습 폭행 사실이 밝혀졌다. 심석희는 반성하지 않는 조재범 코치의 태도를 보고 가족들에게까지 숨겼던 성폭력 사실까지 밝혔다. 조 전 코치 변호인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경찰은 조 코치로부터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을 넘겨받아 수사중이다.
 
새터민으로 국가대표 리듬체조 상비군 감독인 이경희 코치는 지난해 3월 "전직 대한체조협회 간부에게 오랫동안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는 "자신의 말을 들어야 코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강제 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3년간 이어진 폭행을 참지 못한 이 코치는 2014년 체조협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사표를 제출한 지 2년 만에 체조협회 고위직에 선임됐다. 인준이 거부되긴 했지만 '2차 가해'가 일어났다.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 씨도 초등학교 4학년인 2001년부터 1년간 성폭행당했다. 그는 2016년이 되서야 용기를 내어 폭로할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계의 폭력 및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이 퍼지고 체육계에서도 성폭력 사태가 드러나면서 실시한 조사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일반 등록선수 및 지도자들의 성폭력 경험 비율은 2.7%다. 국가대표급 선수 및 지도자들도 1.7%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 열풍이지만 체육계에서는 아직까지 공론화된 사례가 많지 않다. 이경희 코치의 사례처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볍고, 공론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석희 측 관계자는 "심석희가 항소심에서 증언을 하고, 성폭행 사실까지 밝힌 건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서다. 엄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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