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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나나보다 값 2배" 포항 몰려가는 귀농인들

7일 오후 1시 경북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의 한 비닐하우스. 바깥 기온은 6도였지만 안에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19도를 유지하는 한치용(44)씨의 5000㎡ 규모 시설비닐하우스다. 이곳에는 바나나 400주와 한라봉 500주가 심어져 있었다. 바나나 나무에는 초록색 열매와 붉은색 꽃이 달려 있었다. 이 바나나는 오는 3월 수확 예정이다.  
 
이날 비닐하우스에 견학 온 포항시 남구 지곡숲어린이집 아이들도 "바나나가 초록색이에요"라며 신기해했다. 이혜숙(57) 원장은 "바나나 묘목을 심을 때부터 아이들이 와서 바나나가 자라는 과정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찾은 경북 포항 흥해읍 한치용씨의 바나나 비닐하우스. 포항=백경서 기자

지난 7일 찾은 경북 포항 흥해읍 한치용씨의 바나나 비닐하우스. 포항=백경서 기자

한씨는 고향 제주에서 감귤 농장을 하다가 5년여 전 내륙으로 넘어왔다. 제주도보다 내륙지방은 태풍, 비 등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데다가 기후변화로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 열대 과일 재배에 유리할 것 같아서였다. 
 
한씨는 경북 경주시 등 내륙지방을 돌아다니며 아열대성 과일을 키울 장소를 물색했다. 그중에서도 포항시 흥해읍 일대는 일조시간이 풍부했고, 포항시에서도 지진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이 일대는 지열발전소가 지어질 정도로 땅의 기운도 따뜻했다. 한씨는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진앙지였던 망천리 논밭 인근에 비닐하우스를 세웠다. 제주에서 바나나 묘목을 들여와 한라봉과 함께 심었다. 지난해 3월에 심은 바나나 묘목에서 11월부터 꽃이 피면서 열매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찾은 경북 포항 흥해읍 한치용씨의 바나나 비닐하우스. 포항=백경서 기자

지난 7일 찾은 경북 포항 흥해읍 한치용씨의 바나나 비닐하우스. 포항=백경서 기자

한씨는 "한 달간 약품 처리를 통해 초록색 열매를 노랗게 변화시키는 인공 후숙과정을 거치는 수입 바나나보다 국산 바나나가 더 달고 쫀득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며 "제주산 바나나 당도가 18브릭스(Brix) 이상으로, 국산은 수입산보다 당도가 2~5브릭스 정도 높다"고 했다.  
 
국산 바나나는 제주 지역에서 1970년대부터 재배했다. 국산 바나나는 1㎏당 5000~6000원으로 1㎏당 2500~3000원인 수입 바나나보다 두 배정도 비싸다. 국산 바나나 재배 농가는 싼 수입 바나나에 밀려 점점 사라졌다.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2015년 제주에서 2농가가 다시 바나나 재배를 시작했다. 기후 온난화로 내륙지방 곳곳에서도 바나나 재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경북 포항 흥해읍 한치용씨의 바나나 비닐하우스. 포항=백경서 기자

지난 7일 찾은 경북 포항 흥해읍 한치용씨의 바나나 비닐하우스. 포항=백경서 기자

경남 하동군에서는 지난해 4월 내륙지방 처음으로 상업용 무농약·친환경 바나나 재배에 성공했다. 경남 산청군에서도 잇따라 친환경 바나나를 키워냈고, 경남 고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난해 11월 바나나 묘목 30주를 심는 등 시험재배에 착수했다.  
 
제주도와 달리 내륙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면 소비처로의 이동이 빠르다. 또 재배에 3~4년이 걸리는 귤 등 다른 열대 과일과 달리 1년만 키우면 매해 수확이 가능해 귀농인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높다. 한씨의 시설비닐하우스에는 한 달에 200여 명의 귀농인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모델들이 제주산 바나나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모델들이 제주산 바나나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에서도 바나나 재배 성공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 바나나는 쌀보다 2000㎡ 면적 기준 40배 많은 52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포항시의 경우 지진으로 침체됐던 흥해읍에 바나나 재배가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시는 바나나 재배 초기에 한씨가 경상북도농업기술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사업비와 FTA피해대책 사업비 등 2억원을 지원했다. 
 
최규진 포항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바나나 재배 성공이 포항 농업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며 "해외 열대지방의 농장을 떠올리게 하는 신기한 볼거리 제공으로 관내 유치원과 어린이집 견학을 유치하는 등 관광농업과 6차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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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