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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어가는 부모의 어깨가 떠오르는…'몽키숄더' 위스키

기자
김대영 사진 김대영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2)
일요일 밤, 부모님과 돼지갈비를 먹고 식당을 나서는 길. 너무나 익숙한 일이라 눈 감고도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시간에 낯선 모습이 끼어들었다. 왜소해진 두 분의 뒷모습. 한껏 움츠러든 부모의 어깨는 추위 탓이라 생각하기엔 너무나 작아져 있었다. 세상 모든 부모의 어깨가 굽어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어깨’ 하면 생각나는 위스키가 있다.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몽키 숄더(Monkey Shoulder)’. 위스키 이름으로 ‘원숭이 어깨’는 안 어울려 보이지만,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몽키숄더(Monkey Shoulder) 위스키. [사진 김대영]

몽키숄더(Monkey Shoulder) 위스키. [사진 김대영]

 
알코올은 당에서 만들어진다. 보리가 당을 가지려면 ‘발아’돼야 한다. 그런데 발아가 너무 진행되면 푸른 싹이 돋아 보리의 저장양분을 소비해버린다. 그래서 푸른 싹이 나기 전에 건조해 발아를 멈춰야 한다. 이렇게 적당히 발아된 보리를 ‘맥아’라 하고, 맥아는 분쇄돼서 뜨거운 물과 만나 알코올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적당히 발아된 보리. [사진 조선미 바텐더]

적당히 발아된 보리. [사진 조선미 바텐더]

 
위의 맥아 만드는 과정을 ‘몰팅(Malting)’이라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 기계를 사용해 맥아를 건조하지만,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보리를 건조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넓은 공간에 열기를 더하고, 보리가 골고루 건조되도록 삽으로 뒤집어준다.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이라는 작업인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몰트맨(Malt Man)’이라 불렀다. 과거 위스키 증류소 노동력의 대부분은 이 일에 투입됐다.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에 사용되는 삽. 쌓인 눈을 치우는 삽과 형태가 같다. [사진 김대영]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에 사용되는 삽. 쌓인 눈을 치우는 삽과 형태가 같다. [사진 김대영]

 
수십 년간, 삽으로 보리를 뒤집으면서 몰트맨의 어깨는 점점 굽어갔다. 사람들은 맛있는 위스키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바친 이들의 어깨에 ‘몽키 숄더’라는 애칭을 붙였다. 몰트맨의 원숭이처럼 굽은 어깨는 그들의 위스키를 향한 애정과 헌신을 의미한다. 스프링뱅크, 발베니 증류소 등은 여전히 전통 방식인 플로어 몰팅을 고수하고 있다.
 
 
2005년, 몰트맨의 헌신을 기리고자 몽키숄더 위스키가 출시됐다. 몽키 숄더는 ‘블렌디드 몰트’로 분류된다. 하나의 증류소에서 맥아만으로 만든 위스키를 ‘싱글몰트 위스키’라 하는데, 여러 가지 싱글몰트 위스키를 혼합(블렌디드)했다는 뜻이다. 몽키 숄더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세 군데 증류소(글렌피딕, 발베니, 키닌비) 위스키를 사용한다. 비교적 부드럽고 풍부한 바닐라 향을 가졌고, 다른 리큐르와 섞어 마시기에도 좋아 칵테일 제조용으로 많이 쓰인다.
 
동네 단골 Bar에서 마신 몽키숄더 위스키가 들어간 칵테일. [사진 김대영]

동네 단골 Bar에서 마신 몽키숄더 위스키가 들어간 칵테일. [사진 김대영]

 
새해가 밝았다. 부모의 어깨는 한 살 더 굽었다. 그 어깨에는 무슨 호칭이 어울릴까.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매체팀 대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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