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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농부→5급···이동필 "농촌 잘되게 잔소리할 것"

5급 공무원이 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윤호 기자

5급 공무원이 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윤호 기자

지난 7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260호실 농업정책과 한 사무실. 조끼에 면바지를 입은 백발의 공무원이 책상에 앉아 '농업 농촌 발전방향과 경북의 선택'이라고 쓰인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공무원은 바로 이동필(63)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다. 장관에서 농부로, 다시 새해 공무원으로 변신한 그다.
 
경북도청에서 그의 정확한 직책은 5급 공무원에 준하는 농업정책과 소속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 지난 4일 처음 공무원 신분으로 도청에 나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이날 공식적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공무원 첫발을 뗀 그를 만났다.  
 
3년 6개월 장관을 했다. 모두 호칭을 부르기가 모호할 것 같다.
"편하게 부르면 된다고 주위에 말한다.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거다. 자연스럽게 '정책 자문관'이라 부르는 게 편하지 않을까."
 
3년 이상 농사를 짓다가 갑자기 공무원이 됐다.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 10월쯤인 것 같다. 경북도청에서 시간제 공무원을 찾는다는 것을 듣고 응시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시험을 보고, 다른 지원자와 경쟁해 시험을 보고 들어왔다. 농촌현장에서 지방소멸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고향 농촌 개발에 '훈수'를 둘 수 있는 자리 같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는 장관 시절 알고는 있었지만, 친분은 없었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사일을 하는 모습. [사진 이 전 장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사일을 하는 모습. [사진 이 전 장관]

 
8일 경북도청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신분은 2년 계약직 시간제 공무원이다. 월·화·금요일 주 3일 출근, 주 21시간 일한다. 연봉은 3000만원 정도다. 일반 공무원보다 한 시간 퇴근이 빠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이다.  
 
도청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경북의 다양한 농촌 농업 살리기 사업을 옆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즉 농업 분야 정책 자문 업무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 사업,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사업 등을 도청에서 추진한다고 하면, 그 사업을 살펴보고, 사업이 더 효과적으로 잘되도록 옆에서 자문하는 게 임무다. 장관과 농부 경험, 농정분야 연구 경험까지 있지 않으냐.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잔소리도 좀 할 수 있다."
 
-농촌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많은 것 같다.  =
"2016년 9월 5일 장관 퇴임 후 다음날인 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 부인과 귀농했다. 고향 집, 노모(87세)가 있는 곳이다. 쌀·마늘·깨·양파·콩 등을 직접 재배해 내다 팔면서 평범한 농부로 살았다. 밭농사만 8264㎡다. 논농사도 두 마지기(1322㎡) 정도 된다. 농사꾼의 삶은 고되고 힘들다. 고생해 작물을 재배해도 제값을 받고 팔 곳이 마뜩하지 않다. 동네엔 빈집이 수두룩하고 고령화도 심각하다. 지방소멸인 셈이다. 문화적인 혜택도 거의 없다. 장관일 때 바라보며 느끼던 농촌과 농부로 피부로 느낀 농촌은 너무 달랐다. 개인 농부 혼자 힘으로 농촌을 살리기 어렵겠더라. 공무원이 돼 '훈수'로라도 고향 농촌을 좀 살맛 나게 바꿔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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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처음 맡은 일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인 자문이 들어온 건 없다. 하지만 안동농협 사과공판장과 두부 공장을 다녀왔다. 농협 경매 시설과 가공공장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농협이라는 조직. 이 조직이 지자체와 잘 협력하면 농촌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파악이 되면 (나의) 생각을 도청에 전할 생각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사일을 하는 모습. [사진 이 전 장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사일을 하는 모습. [사진 이 전 장관]

 
그는 공무원이지만, 절반은 여전히 농부라고 강조했다. 실제 3일 출근하고 나머지는 농사를 계속 짓는다. 나무를 키우고, 여러해살이 작물인 작약도 키운다고 한다. 귀농할 때 세운 ‘일이삼사’ 원칙도 계속 지킬 것이라고 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 두어 차례 텃밭을 돌보고, 삼시세끼 어머니와 밥을 먹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말동무가 된다’는 것이다.  
 
장관을 한 사람이 5급이라니라는 말도 나오는데.
"그럼 장관 출신이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지방 소멸 위기의 고향을 위해 일하고, 평생 공부한 농촌 살리기 문제를 미력하나마 보태는 것 자체가 보람이자, 장관 이동필이라는 이름 석 자 명예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자리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새해 새 출발을 했다. 공무원 이동필로 한마디 해달라.  
"장관과 공무원은 모두 국민의 공복이지만 전자가 국가 입장에서 보다 넓고 큰일을 담당한다면 후자는 한정된 문제를 좀 구체적으로 다룬다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고향의 공무원으로 다시 나라 녹을 받게 되었으니 활기찬 농촌을 만드는 데 힘을 다하겠다."
예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예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 전 장관은 영남대를 나와 서울대와 미국 미주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몸담아 2011년 연구원장이 됐고, 2013년 3월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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