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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싸움에 美 끌어들이는 日…스가 "美에 확실하게 설명중”

 7일 저녁 후지TV에 출연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일본 관방장관은 레이더 조준을 둘러싼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는 일본이 확신하고 있는 내용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확실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한국이 일본 방위성의 영상을 인용해 반론하고 있는데 일본은 어떻게 대응할 작정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스가 장관은 이처럼 “미국 등에 확실히 설명하고 있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7일 밤 민영방송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이미 미국 측에 “레이더를 조준당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일 한국 국방부가 반론 영상을 공개하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일본이 왜 미국 측에 이런 설명을 했는지는 지난달 27일 한·일 국방 당국간의 첫 협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TV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측은 당일 협의에서 “한국 군함이 쏜 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을 나타내는 수치를 기록해 두었다. 그래도 인정하지 않겠느냐”고 한국 측을 압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격 관제 레이더를 비롯한 군함의 레이더는 제각각 다른 주파수 특성을 갖고 있다. 사람에게 지문이 있듯 레이더마다 독특한 주파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번에 조준당한 레이더의 주파수를 과거 정보수집 과정에서 파악해 둔 한국 함선의 레이더 정보와 비교해 보니 한국 해당 함선의 화기 관제 레이더 수치와 일치했다”는 주장을 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 유튜브 캡처]

하지만 한국측은 “데이터를 주면 우리 측에서 분석해보겠다”고 주장했고, 일본측은 "그럴려면 한국측 데이터도 함께 공유하자"고 맞서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에도 일본 측은 "미국을 비롯한 제3자에게 맡겨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한국 측이 "그건 다음 협의에서 논의하자"고 밝히면서 일단 흐지부지됐다는게 TV아사히의 보도다.
 
그런데 이후 양측간 주장이 맞서며 충돌이 확대되자 일본이 지난 4일 미국에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TV아사히는 "우리의 합참에 해당하는 통합막료감부측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레이더를 조준당한 증거의 존재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군함의 주파수 정보와 이번에 일본이 확보한 주파수 정보를 비교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간)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일본 내각홍보실 제공]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간)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일본 내각홍보실 제공]

이는 ‘트럼프-아베 밀월관계’속에서 미국을 움직여 일본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과거 2013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유사한 레이더 조준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중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의 이번 제안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TV 아사히는 “한ㆍ일 모두와 동맹국인 미국은 (일본의 제안에)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위안부 문제 등에 깊이 관여하며 중재에 나섰던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한ㆍ일 양국간 현안에 좀처럼 끼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중국과의 대립이 거세지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에도 줄기차게 미국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8일 회견에서 "한·일관계의 바람직하지 않은 일은 한·미·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양한 형태로 미국의 협력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7일 긴급 소집된 자민당 국방부회ㆍ안보조사회 합동 회의에서도 "레이더를 조준 당했다는 증거가 군사기밀이라 공표할 수 없다면 차라리 미국에 보여주고 한국 주장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이해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회의에 출석한 정부측 인사는 이에 대해 “미국엔 증거를 보여주는 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곧바로 실행을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한국에 대한 일종의 압박 전술일 수도 있다. 
 
◇일 방위상 “한국 영상속 음악과 합성화면에 놀랐다"=전날 후지TV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 초계기가 저공비행을 했다는 한국 주장에 대해 “(초계기가) 접근했다면 당연히 (한국 군함이 일본측에) 경고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사실 관계(진실)는 하나 뿐”이라고도 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8일 회견에서 "한국은 '저공 위협 비행'이라고 주장하지만, 해상 자위대는 과거에도 이번과 비슷한 사진촬영 등을 해왔다"며 "그런데도 한국은 경고나 항의가 한 번도 없었고, 레이더도 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솔직히 (한국이 공개한 영상속의) 음악과 합성화면에 조금 놀랐다"는 말도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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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