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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 하태경 이준석은 왜 ‘워마드’와 전면전에 나섰나

바른미래당의 두 최고위원이 최근 ‘워마드’와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해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왼쪽), 하태경 후보가 1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스튜디오에서 바른미래당 당 대표 TV 토론회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지난 해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왼쪽), 하태경 후보가 14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스튜디오에서 바른미래당 당 대표 TV 토론회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워마드’는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을 합친 말로, 2017년 2월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분리된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는 극단적 남성혐오를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성별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 조롱과 폭언을 퍼붓는 과격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여자 일베’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은 워마드를 범죄단체로 지정하고 운영자를 공개수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워마드란 여성 테러리스트 집단이 흉악무도한 테러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워마드를 없애든지 여가부를 없애든지 둘 중 하나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지난 4일 페이스북에 “2019년을 워마드 종말의 해로 만들어주겠다. 제대로 된 여성 인권 신장 운동에 먹칠하는 존재”라고 썼습니다. 7일 최고위 회의에서는 워마드를 “테러리스트이자 폭력집결소”로 규정했습니다. “워마드 폐쇄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하면서 ‘참전’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한 워마드의 범죄혐의를 정리한 표 [바른미래당 제공]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8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한 워마드의 범죄혐의를 정리한 표 [바른미래당 제공]

‘전쟁’의 서막
정치권에서, 그것도 한 정당에서 두 명의 최고위원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를 집중 공격하는 일은 이례적입니다. 바른미래당에서 워마드를 거론한 것도 하태경 최고위원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워마드에 남성을 몰래 찍은 ‘몰카’ 사진이 연이어 올라온 것을 겨냥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마드 이 친구들 정말 정신 사납다. 그냥 지구를 떠나라. 거긴 한국도 없고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하는 말)’도 없다”고 적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자료를 보여주며 워마드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하며 여성가족부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자료를 보여주며 워마드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하며 여성가족부의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하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에는 워마드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문자폭탄’을 받은 일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워마드도 태극기 부대에 합류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워마드에 강릉 펜션 보일러 가스유출 사고 희생자를 모욕하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지적하며 “(게시물 작성자를)감옥에 보내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이수역 폭행사건을 기점으로 워마드와 대척점에 섰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현장 영상에 나온 여성들의 표현을 보면 폭행 이전에 표현만으로도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습니다. 이어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과 이수역 폭행사건을 두고 라디오 토론을 벌이면서 젠더 이슈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이수역 폭행 사건을)성 대결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성 갈등을 촉발한다”며 “욕설과 성희롱을 한 가해자는 오히려 여성 일행”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토론은 20대 남성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영상이나 요약게시물로 공유되면서 인기를 끌었죠.
 
지난해 말, 워마드는 두 정치인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20대 남성(표심을) 마케팅하고 여성혐오에 기름 붓는 하태경·이준석이 있는 바른미래당 보이콧에 들어가자”는 글이 올라온 겁니다. 이후 워마드에서는 하·이 최고위원의 누드 합성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둘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게시물들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이 최고위원은 “워마드는 극우 중 최악의 극우단체”라며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됐습니다.
 
소외된 ‘이남자’ 붙들기?
정치권에서 그동안 성 갈등을 다루는 젠더 이슈는 “한쪽 편들다간 반대쪽 절반 표 다 잃는다. 굳이 뛰어들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된 민감한 이슈입니다. 각 당 ‘스피커’를 자처한 정치인들을 만나 의견을 물어봐도 쉬쉬했습니다.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은 비교적 얼굴이 알려진 정치인 중 젠더 이슈와 워마드 게시물 같은 혐오 문제를 전면 거론한 드문 사례입니다. ‘20대가 체감하는 젠더 갈등이 심각한데, 언급하지 않는 게 정치인의 직무유기’라는 게 이들의 입장입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사회적 논란이 된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해 라디오 토론을 벌였다. [중앙포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사회적 논란이 된 이수역 폭행사건에 대해 라디오 토론을 벌였다. [중앙포토]

 
지난달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9세 이상 성인 1018명에게 설문한 결과, 20대가 꼽은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은 ‘성 갈등(56.5%)’이었습니다. 세대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본 20대는 1.6%에 그쳤죠. 이 최고위원은 “이제 지역갈등이나 세대갈등을 넘어서서 2030에게 제일 파급력이 크고 그들이 민감해하는 이슈가 젠더 갈등”이라며 “이런 갈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풀어가는 게 정치”라고 말합니다. 
 
상대적으로 젊고(하 최고위원은 1968년생, 이 최고위원은 1985년생)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이 최고위원이 정치권에서 외면받는 2030 세대와 접점을 넓혀 젠더 갈등을 기성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문재인 정권 지지층에서 ‘이남자(20대 남자)’ 이탈 현상이 급속화한 것도 워마드에 대한 반감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인권 중심을 선언한 현 정부 출범 이후 미투 운동·혜화역 시위 등 페미니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가 여성만 챙긴다’며 지지층에서 이탈한 20대 남성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하·이 최고위원이 워마드뿐 아니라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20대 남성 비하 발언 논란 등을 최고위 회의에서 공식 언급하면서 20대 남성을 타겟팅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전 성별·연령별 가장 낮은 20%대까지 떨어진 반면, 지난 12월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반등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지지성향으로 분류됐던 20대 남성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준석·하태경을 보고 바른미래당이 좋아졌다. 응원한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 최고위원은 “20대에 제일 민감한 이슈가 일자리와 젠더 갈등이다. 다른 당에서 이를 언급 안 하는 건 ‘꼰대 정당’이라 그런 거다. 민주당이나 한국당 의원들을 만나 얘기해도 젠더 이슈가 2030에는 심각한 이슈란 것 자체를 모르더라”고 말합니다.
 
“갈등에 기름 붓는다” 비판도
일각에선 “젠더 분쟁을 해결하는 대신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의당 정혜연 부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의 청년정치인 이름을 내세운 이들이 젠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도리어 불화와 반목에 기름을 끼얹으며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부대표는 “혐오를 확대재생산 하는 악순환에서 다수의 평범한 여성과 남성의 삶이 어떤 게 나아졌나. 젠더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 얻으려는 나쁜 정치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20대 여성중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의 설전이 공유되자 이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다음카페 캡처]

한 20대 여성중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의 설전이 공유되자 이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댓글이 수십개 달렸다. [다음카페 캡처]

20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회 수도 낮고 다수 여성은 공감하지 않는 워마드를 공격하는 게 ‘20대 남성 대변’인가”라는 내용들입니다.

 
회원 수가 76만 명인 한 여성 커뮤니티에선 이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한 게시글에 이런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워마드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베’의 전여자친구·여동생 몰래카메라 인증 등 젠더 범죄를 잡는 데도 목소리를 내달라”는 댓글들이 80개가 넘었습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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