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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부부 독감ㆍ수족구 걸린 아이 맡길 데가 없다...감염 숨기고 어린이집 보내기도

보육시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보육시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4세 딸을 둔 직장인 김모(30ㆍ경기 평택시)씨는 지난달 말 곤욕을 치렀다. 한밤중 아이가 38도 넘는 고열 증세를 보였다.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더니 독감(인플루엔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독감 진단 당일엔 김씨가, 다음날엔 남편이 연차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봤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열이 잡히고 상태가 나아졌다. 하지만 사흘째부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연말이라 두 사람 모두 휴가를 더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선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 수 있으니, 완치 판정서를 가지고 와야 등원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오겠다는 돌보미가 없었다. 결국 대구에 사는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보러 급히 올라왔다. 김씨는 “아이가 아픈 것도 속상하지만, 가족이 아니면 맡길 곳이 없어 속이 탔다. 시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뻔 했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맞벌이 가정 아이가 감기ㆍ독감ㆍ수족구 등 전염성 질환에 걸리면 갑자기 돌봄 공백에 처하게 된다. 평소엔 어린이집ㆍ유치원 등에 맡기지만, 감염병에 걸리면 그럴 수가 없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지침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가 수족구ㆍ독감ㆍ유행성 결막염 등 전염성 질환에 감염되거나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어린이집에서 격리 치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아이가 아프면 돌봄 책임이 부모에게 오롯이 맡겨지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 등 아픈 아이를 온종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서는 보육기관 내에 별도의 돌봄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17년 어린이집 808곳, 유치원 409곳의 원장을 설문조사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 전염성 질환 관리 현황 및 대책’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염성 질환 발생 시 격리 또는 귀가조치 규정이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율은 98.1%였다. 
 
하지만 격리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 기관은 48.7%에 불과했다. 2017년 3∼8월 이들 기관의 전염성 질환별 발생률은 구내염 73.6%, 수족구 69.4%, 수두 31.5%, 독감ㆍ신종플루 26.5%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질환별 초기 대처방법은 모든 질환에서 ‘귀가 조치 및 가정 내 돌봄’이 약 80%대로 가장 높았고, ‘기관 내 별도 공간 격리’는 10%대로 낮았다.  
 
서울 관악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아이들은  가뜩이나 면연력이 약한데다, 교실 안에서 어울려 지내다보면 한 아이만 아파도 순식간에 전염된다”라며 “어린이집 내에 격리 공간을 마련하기도 힘들지만, 공간이 있다해도 보육교사가 아픈 아이 하나를 따로 돌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집에서 돌볼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A씨는 “어린이집마다 다르겠지만 부모님이 정 상황이 안되뎐 원장이 따로 돌보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픈 아이를 둘러싸고 학부모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부 부모는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고 보낸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전염성 질환을 옮아오면 항의한다. 주부 박모(34ㆍ서울 동대문구)씨의 아들(5)은 지난 여름 유치원에서 수족구를 옮아왔다. 수족구는 입과 손, 발에 수포가 생기고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전염력이 강하다. 박씨는 “같은 반 아이가 수족구에 걸렸는데, 부모가 그 사실을 알고도 아이를 그냥 유치원에 보냈다"며 "선생님이 아이 손에 난 수포를 보고 뒤늦게 ‘나을 때까지 등원시키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이미 애들이 다 감염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모르고 보냈다고 하는데, 너무 얄미웠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B씨는 “아이가 아픈 걸 알면서도 숨기고 보내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병을 옮아왔다고 항의하는 부모님도 있어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복지부 보육사업지침에 따르면 가정 내 격리가 불가피하지만 보호자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중 질병감염아동 특별지원을 안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아이돌보미가 부족하다보니 전날이나 당일 신청해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직장인 이지연(35ㆍ서울 송파구)씨는 “아이가 아플 때 아이돌보미지원센터에 전화했더니 일단 신청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려도 끝내 연결이 안 돼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성철 여가부 가족문화과장은 “2017년 기준 5300가정이 질병 감염 때 긴급 아이돌보미지원을 받았다. 수요가 많지만 돌보미가 부족하다보니 원활하지 않다. 아이돌보미를 지난해 2만3000명에서 올해 3만명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가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수당까지 지급한다. 정효정 중원대 아동보육상담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스웨덴ㆍ핀란드에선 아이가 아플 때는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 있게 배려한다"며 "우리 기업도 가정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시·군·구가 전문인력 풀을 확보해서 부모가 자기 돈을 내더라도 아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게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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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