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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악인가] 30분이 없는 사람들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다음은 2014년 필자가 썼던 기사 제목이다. ‘예술의전당 공연 7시 30분에 시작, 직장인들 어쩌나’. 그리고 이건 2005년 중앙일보의 다른 기자가 썼던 기사 제목이다. ‘저녁 7시 30분 공연? 밥도 못 먹고 눈썹 휘날리게’.
 
서울 예술의전당은 2005년까지 오후 7시 30분에 평일 공연을 시작하다가 공연장에 제때 오지 못하는 관객들을 배려해 오후 8시로 시작을 늦췄다. 2014년엔 그걸 다시 30분 앞당기려고 했다. 미리 안 이들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며 반대하자 그대로 오후 8시를 유지했다.
 
‘30분 소동’이 다시 일어났다. 예술의전당은 이달부터 오후 7시 30분에도 공연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장을 빌리는 공연 주체가 오후 8시 또는 7시 30분으로 시작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년에는 오후 7시 30분 스타트가 8시보다 우선한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변화다. 시작 시각은 두 종류지만 30분 이른 시작이 일반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청중은 불만이다. 실제 근무 시간과 퇴근 시간, 교통 체증, 식당 시설 등의 문제가 얽힌다. 오후 7시 30분에 지하철역 연결이 없는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도착하기는 쉽지 않다. 시작 시간을 두 종류로 하면 혼란이 클 거란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침체기인 공연 시장이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악재로 기록해야 한다.
 
그렇다고 오후 8시가 만고의 진리는 아니다. 공연장에도 근무자들이 있다. 이들도 근무시간을 늘리지 않고 귀가해야 한다. 이미 여러 공연장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 마당이다. 청중은 일찍 올 수가 없고 스태프는 늦게 갈 수가 없다.
 
철마다 일어나는 ‘30분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보다 뼈아픈 상징에 가깝다. 우리의 시간이 30분도 늘어나지 않는 것을 정기적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 이를 뿐 아니라 여유라는 가치가 일상화돼 있는 사회는 다르다.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은 오후 7시부터 8시, 심지어 6시까지 공연의 성격에 맞춰 시작 시간이 다양하다.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은 대개 오후 7시에 음악회가 시작된다. 프랑스 파리 살플레옐의 공연 시작도 오후 7시 30분 또는 오후 8시다.  
 
이들 도시에서 관객들이 시작 시간이 헛갈려 난처했다거나 대규모로 지각해 문제가 된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유독 서울에만 ‘30분’을 두고 논란이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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