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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당신에겐 선택권이 있다 ‘밴더스내치’의 환상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대중문화에선 이런 설정이 낯익다. 개그맨 이휘재가 선택의 기로마다 “그래, 결심했어!”를 외쳤던 ‘TV인생극장’이 알기 쉬운 예다.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도 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지하철에 타느냐, 아니냐에 따라 ‘TV인생극장’처럼 주인공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넷플릭스는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미러:밴더스내치’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1984년 영국에서 ‘밴더스내치’라는 게임을 개발하는 19세 청년 스테판. 그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화면 하단에 이거냐 저거냐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수시로 등장한다. 별거 아닌 듯한 선택인데 영화를 보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매번 스테판의 행동도, 이후 전개도, 최종 결말도, 한 편을 다 보는 시간도 달라진다.
 
영화몽상 1/8

영화몽상 1/8

선택권을 쥔 효과는 뚜렷하다. 개입과 몰입의 정도가 커지고, 같은 이야기를 단선적으로 볼 때와 다른 기대감과 집중력이 생긴다. 희한한 건, 처음과 달리 선택을 거듭할수록 영화의 전개가 내 마음대로는커녕 그 반대로 느껴지는 점이다. 어떻게든 결말을 맺게 하려면 뭔가 정해진 선택이 있을 것만 같단 생각이 점점 든다. 사실 암만 선택지가 있더라도 제작진이 설계한 내러티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 이 영화가 영리하게 보이는 건 그다음이다. 영화 밖에서 내가 그렇듯, 영화에선 주인공 스테판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영화 안팎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힌 것은 그동안 넷플릭스의 탁월한 성과로 꼽혀왔다.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자체 드라마 시리즈를 방송사와 달리 한꺼번에 공개한 것이 대표적. 언제 보든, 몰아서 보든 골라서 보든 선택이 가능하게 했다. ‘로마’ 같은 예술영화를 내놓은 것도 그렇다. 전 세계 극장가를 장악한 할리우드 대작과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선택지가 추가된 셈이다.
 
물론 이 모든 게 가입자를 늘리려는 넷플릭스의 전략일 뿐, 기존 극장가의 영화 다양성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를, 누군가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것이라도 해도 선택권을 체감하는 건 짜릿하다. 리모컨을 쥔 내 결정에 따라 스테판의 인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후남 대중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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