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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노인 운전권과 교통안전이란 두 마리 토끼

이가영 사회팀 기자

이가영 사회팀 기자

이따금 노인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이 나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은 달아오른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에서 80세 A씨가 브레이크인 줄 알고 가속페달을 밟았다가 병원 로비를 부수고 돌진한 사고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이 들면 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 “인지 능력 떨어지는 걸 인정하라”는 등 댓글이 쏟아졌다. 자칫 노인에 대한 폄하와 혐오로 이어질까 봐 우려될 정도다.
 
그렇다고 모든 노인에게 정부가 일률적으로 운전을 금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인의 운전 가능 연령과 면허 제한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노인이라고 운전하는 데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3년에 한 번씩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했다. 2019년은 이 제도가 시행되는 첫해다.
 
7일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참여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이가영 기자]

7일 서울 강남운전면허교육장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참여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이가영 기자]

기자는 7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린 교육 현장을 찾았다. 나이 지긋한 교육생들은 공이 움직인 방향을 기억하고 이를 재현하는 문제, 표지판에 적힌 숫자를 기억한 뒤 나중에 이를 더하거나 빼는 문제 등을 풀었다. 많이 틀리면 앞으로는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듯 모두 진지한 모습이었다. 시험 문제 정답 개수를 채우지 못한 교육생들은 자리를 옮겨 치매 전문가의 검사를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 본 결과 ‘고령자의 운전 권리’와 시민의 안전을 함께 보장하려는 차원에서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는 취지는 바람직했다. 다만 교육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면 이 제도의 본래 취지가 유지될지는 의문이 들었다.
 
교육이 시행되는 곳은 서울에선 두 곳밖에 없다. 이날 모인 9명의 교육생 대부분은 교육장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사는 분들이었다. 다른 6개 광역시엔 각각 한 곳씩만 지정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경기도마저 용인과 의정부에서만 강의가 열린다. 산간·도서 지역에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노인들의 접근성은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교육 강사는 “올해 안에만 교육을 이수하면 되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친구분들에게 전해 달라”며 안심시켰다.
 
2018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는 298만여 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9%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몇 년 안에 전국 28개 교육장을 찾게 될 것이다. 몰리는 교육 수요 때문에 이수 시한을 놓치는 생계형 노인 운전자가 나올 수도 있다. 노인들의 운전권과 교통안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의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날의 교육현장은 보여줬다.
 
이가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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