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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고(故) 황필상의 웃는 얼굴

김승현 정치팀 차장

김승현 정치팀 차장

지난 12월 31일 무심히 그의 부고를 읽었다. 흐릿한 기억처럼 옛 뉴스가 머릿속에 스크롤 됐다. 고(故) 황필상 이사장(1947~2018). 자수성가로 일군 재산 180여 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기업가. 그 선행이 오히려 140억원의 증여세 폭탄으로 돌아와 7년 넘게 법정 투쟁을 한 기구한 사연. 후진 양성을 위한 ‘착한 기부’를 ‘편법 회사 지배’와 구분하지 못하는 불신 시대의 자화상. 1심 승소, 2심 패소를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2017년 4월 20일). ‘한풀이 1년 8개월 만에 돌아가신 거네. 참 안 됐다….’  
 
이런 의식의 흐름에 급제동이 걸린 건 후배 S의 전화 때문이었다.
 
“선배 기억 안 나세요? 제가 황 이사장 인터뷰했었는데. 선배가 기사 데스킹하셨고요….” 고인과 내가 인터스텔라 급으로 먼 관계는 아니었다. 뒤이은 후배의 말은 더 놀라웠다. 황 이사장 사망 하루 전, 그의 가족이 후배에게 연락을 해왔다. “아버지 인터뷰 기사의 사진 원본을 구했으면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이었다. 기사에 쓰인 사진은 후배가 찍은 것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경내 흡연실에서 인터뷰하는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스냅샷이었다. 가족에 따르면 황 이사장은 그 사진과 기사를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읽고 또 읽고, 복사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후배의 사진을 받은 가족은 하루 뒤에 문자 회신을 보냈다. “아버지께서 오늘 새벽 돌아가셨습니다. 가장 기뻐하시는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영정 사진을 쓸 수 있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황 이사장은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담배 한 모금을 내뱉으며 “너무 오래 걸렸어. 이번 일로 400살 도사가 된 것 같아”라고 말할 때 찍힌 얼굴이라고 한다. 빈소를 방문한 후배는 자기가 찍은 황 이사장의 웃는 얼굴과 대면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샤워하다 왈칵 울음이 터졌다고 했다. 그 감정에 대해 후배와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먹먹함을 나도 느낀다.  
 
머릿속 스크롤이 멈춘 채 1년 8개월 전 마감에 쫓기던 내 모습이 보인다. 바쁜 일상을 핑계대며 우리는 그가 남긴 표정의 의미를 충분히 읽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작은 미소가 -시신까지 기부하고 이승을 떠나는- 그의 마지막 인사로 쓰일만큼 묵직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에 비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우리의 기사를 좋아해 준 그에게 죄송하고 감사할 뿐이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승현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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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