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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또 다른 미·중 전쟁, 중국 커피시장이 뜨겁다

스타벅스와 루이싱의 커피시장 쟁탈전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또 다른 전쟁이다.” 중국 커피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타벅스와 신생 로컬(중국)브랜드 ‘루이싱(瑞幸, 영문명 ‘Luckin’)의 시장 쟁탈전을 두고 나온 말이다. 신생 루이싱의 강력한 도전에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가 방어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2018년 중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커피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중국 시장 트렌드를 읽는 새로운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가 바로 루이싱이다. 이용하기 편하다. 모바일 앱으로 미리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주문하고 가면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나온다. 배달도 해준다. 보통 20분만 기다리면 사무실로 가져다준다. 값도 스타벅스보다 20% 정도 싸다. 게다가 한 잔을 사면, 다른 한 잔은 덤이다. 세계 최고의 커피 권위를 자랑하는 스타벅스라지만 대응하기 버거운 도전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스타벅스가 중국에 진출한 건 1999년이다. 베이징 무역센터에 1호점을 열었다. 맹렬했다. 차(茶) 대신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대도시, 그리고 중소도시까지 가맹점을 뻗쳐가고 있다. 현재 150여 개 도시에 약 3500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2022년까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 그 기세가 꺾였다. 매년 10% 안팎의 신장세를 보이던 매출이 급락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4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 시장을 제2의 미국으로 만들겠다’던 스타벅스의 행보에 비상벨이 울렸다. 설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루이싱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
 
루이싱이 베이징에 처음 문을 연 건 2017년 11월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루이싱은 설립 1년 만에 가맹점 수를 약 1500개로 늘렸다. 스타벅스가 12년 걸렸던 것을 루이싱은 1년 만에 뚝딱 해치운 것이다. 스타벅스, 고고한 척 폼을 잡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세계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 배달서비스를 중국에서 시작해야 했다. 부랴부랴 인터넷 주문시스템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어느 쪽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최고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두 브랜드가 벌이는 ‘미·중 전쟁’에서 중국 시장 읽기의 핵심 코드를 추출해본다.
 
첫째 ‘점유율 우선 전략’이다. 중국 기업들은 초기 성장 과정에서 순익보다는 시장점유율을 우선시한다. 시장을 늘리기 위해 출혈 경쟁도 불사한다. “일단 시장을 장악하면 돈은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는 시각이다. 단기순익을 중시하는 서방 기업으로서는 당하기 힘든 구조다.
 
알리바바와 이베이가 그랬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점했던 이베이는 2003년 알리바바의 ‘공짜 포스팅’ 전략에 시장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기업들은 공짜 포스팅이라는 말에 알리바바의 쇼핑몰 플랫폼인 타오바오로 몰렸다. 접전 4년 만에 이베이는 결국 손님을 다 빼앗기고 중국 시장에서 손 털고 나와야 했다. 그 후부터는 알리바바의 독무대였다. 포스팅 순서를 바꾼다고 돈 받고, 광고료로 돈 받고, 특별 점포 내준다고 돈 받고… 그렇게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바바 천하가 됐다. 루이싱과 스타벅스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둘째 ‘가성비 우선’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때 외국 명품 브랜드라면 사족을 못 썼다. 옛말이다. 소비의 주체인 젊은이들은 더이상 외국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는다. 대신 가성비를 따진다. 합리적인 소비를 즐길 줄 안다는 얘기다. 상품 구매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가격 비교가 쉽다.
 
갤럭시가 그랬다. 한때 중국스마트폰 시장의 20%를 차지했던 삼성폰은 지금 1% 이하로 추락했다. ‘갤럭시=고급(고가)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신화에 현혹돼 가성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시장 흐름을 보지 못했다. 기능상으로 별 차이가 없는 핸드폰을 2배나 비싼 가격에 사는 소비자는 이제 중국에 없다. 세계 최고 브랜드 스타벅스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셋째 ‘모바일 퍼스트 트렌드’다. 알리바바 마윈이 일으킨 모바일 혁명은 지금 중국 전체 소비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판매와 물류가 통합되고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신유통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 흐름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루이싱은 스스로 커피 사업자가 아닌 IT 업체라고 말한다. 커피는 IT기술을 수익으로 구현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얘기다. 본사 직원 중 70%가 IT분야 기술자들이다. 2018년 대략 1200만 명의 소비자가 9000만 잔의 루이싱 커피를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는 데이터다. 루이싱 기술진은 지금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부랴부랴 알리바바와 제휴, 어러머(饿了么)의 배달 유통망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쟁은 텐센트와 손을 잡은 루이싱, 알리바바와 제휴한 스타벅스의 대결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커피 전쟁이 주요 IT업체가 모두 달려드는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모바일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중국 시장에 나가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넷째 ‘애국심 마케팅’이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몽’을 제기한 이후 중국 소비시장에도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게 불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조차도 물건 고를 때 ‘애국’을 떠올린다. 우리가 당한 일이다. 한중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로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롯데마트가 소비자들의 몰매를 맞았고, 현대자동차 역시 공격을 당해야 했다.
 
스타벅스의 매출이 급락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봄부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시작된 바로 그때다. 애국심에 불타는 중국 젊은이들은 루이싱에 가서 ‘메이스카페이(美式加菲)’를 주문한다. 향후 미·중무역 전쟁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스타벅스의 중국 사업 운명이 결정될 판이다. 애플도 다르지 않을 터다.
 
출혈 경쟁에 루이싱의 적자는 쌓이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 달 약 1억 위안(약 170억 원)씩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CEO 첸즈야(錢治亞)는 “흑자전환 시점에 대한 목표가 아예 없다”고 말한다. 적자가 지속하더라도 스타벅스가 물러갈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다. ‘총알’은 충분하다. 더욱더 많은 자금이 루이싱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2억 달러를 새로 투자받았다. 당시 싱가포르 국부펀드(SIC)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사 가치는 이미 22억 달러를 넘었다.
 
창과 방패의 싸움, 창의 기세는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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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