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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신의 한 수] 튀고 울고…흥민·승우 승부욕 믿는다

지난해 8월29일 아시안게임 베트남과 4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이승우(왼쪽)와 함께 기뻐하는 손흥민. 보고르=김성룡 기자

지난해 8월29일 아시안게임 베트남과 4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이승우(왼쪽)와 함께 기뻐하는 손흥민. 보고르=김성룡 기자

중앙일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대회 기간 신태용(49) 전 대표팀 감독의 축구칼럼을 연재합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코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지낸 신 전 감독은 이번 대회에선 JTBC 해설을 맡았습니다. 현장에서 전해오는 ‘신태용 신의 한 수’를 통해 축구의 묘미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시안컵 중계를 맡은 신태용 JTBC 해설위원.

아시안컵 중계를 맡은 신태용 JTBC 해설위원.

1960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봤다. 4·19 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됐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트로피를 마지막으로 들어 올린 해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59년간 숙원이던 정상 탈환의 꿈. 손흥민(27·토트넘)과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가 그 꿈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아시안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던 승우는 지난 6일 막판에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무릎 인대를 다친 나상호(광주)의 대체 선수로 뽑혔다. 생일날(1월 6일) 아시안컵 출전이라는 선물을 받은 승우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벤투 감독이 함께 고생한 나상호를 돌려 보내는 게 쉽지 않았겠지만, 예비 명단에도 없던 승우를 발탁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승우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베로나에서 최근 6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지난달 30일 골까지 넣어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대표팀에 측면 공격수가 부족한 부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5월 아르헨티나전에 골을 터트린 뒤 육상황제 볼트처럼 번개 세리머니를 펼친 이승우. 양광삼 기자

2017년 5월 아르헨티나전에 골을 터트린 뒤 육상황제 볼트처럼 번개 세리머니를 펼친 이승우. 양광삼 기자

 
2017년 5월, 20세 이하 월드컵 감독 시절 나는 이승우를 발탁했다. 승우는 13세이던 201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그래선지 승우는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하더라도 기죽지 않는다. 20세 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선  40m를 드리블한 끝에 골을 터트린 뒤 육상황제 볼트처럼 ‘번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승우는 늘 뭔가 해낼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그래서 나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명단에도 그를 깜짝 발탁했다. 일각에서는 “겉멋만 들었다. 너무 튄다”며 승우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직접 지도해보면 그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축구 센스가 좋고 이해능력도 뛰어나다.
지난해 9월1일 일본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귀에 손을 대고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이승우. 치비농=김성룡 기자

지난해 9월1일 일본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귀에 손을 대고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이승우. 치비농=김성룡 기자

 
지난해 9월1일 일본과의 아시안게임 결승전 연장에선 선배 손흥민에게 “나와! 나와!”를 외친 뒤 골을 터트렸다. 여섯살이나 많은 형인 손흥민에게 이렇게 당돌하게 말할 수 있는 후배가 또 있을까. 이승우는 ‘한국축구 돌연변이’다. 그의 개성은 적극적으로 키워줘야 한다.
 
이승우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게임 체인저(한순간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가 돼줘야 한다. 단 1분을 뛰든, 10분을 뛰든 말이다. 이승우는 경기장 밖에선 까불까불하지만, 선배들이 귀여워하고 예뻐한다. 28일간 펼쳐지는 아시안컵 기간 팀에 위기가 오거나 분위기가 처질 수도 있다. 막내인 승우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물론 이승우가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그는 성인팀에 입단하면서 힘도 붙고, 기술도 발전했지만, 여전히 체격을 키울 필요가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허벅지 굵기 등 몸을 더 키워야 한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2008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독일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한국 선수로는 드물게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펼친다.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감독으로 손흥민을 지도한 적이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독일전에서 골을 터트린 손흥민이 신태용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 리우 올림픽 독일전에서 골을 터트린 손흥민이 신태용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손흥민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예뻐할 수밖에 없는 선수다. 토트넘의 수퍼스타인데도 손흥민은 대표팀 훈련 때 솔선수범한다. 몸을 사리는 선수도 있지만 흥민이는 다르다. 그는 러닝 때도 늘 앞에 서서 팀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축구대표팀 훈련 중인 손흥민. [뉴스1]

축구대표팀 훈련 중인 손흥민. [뉴스1]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손흥민은 팀훈련이 끝나면 늘 개인훈련을 한다. 슈팅 타이밍을 잡는 훈련, 양발 헛다리 짚기를 한 뒤 밀고 나가서 슈팅을 때리는 훈련, 프리킥 훈련 등을 한다. 대선수로 거듭난 뒤에도 감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흥민이가 예뻐 죽지 않을까.
2015년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에 패한 뒤 차두리 품에 안겨 눈물 흘리는 손흥민. [연합뉴스]

2015년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에 패한 뒤 차두리 품에 안겨 눈물 흘리는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이 울보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중요한 경기에 지면 눈물을 펑펑 쏟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역시 ‘울보’다. 두 선수 모두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평소에는 심성이 착하고 마음이 여리다. 그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났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각별하다. 토트넘 팬들이 ‘아시안컵에 나가는 손흥민의 여권을 감추자’고 한다던데 흥민이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16일 중국과의 3차전 직전에 아시안컵에 합류한다. 그는 토트넘에서 최근 6경기에 출전해 7골·5도움을 올렸다.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것만큼만 해준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다.
 
다만,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다른 팀들은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을 집중 마크할 것이다.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손흥민은 지난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헌신적인 리더’ 역할을 하면서도 1골·5도움을 기록했다. 그때처럼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대표팀 선수들에게 항상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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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