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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도시에서 전기 없이 살 수 있을까' 비전화카페에서 힌트 얻었죠

비전화카페를 찾은 윤신혜(왼쪽)·정현서 학생기자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다“며 좋아했다.

비전화카페를 찾은 윤신혜(왼쪽)·정현서 학생기자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다“며 좋아했다.

전기가 없는 삶을 상상해볼 수 있나요. 방 안에 형광등을 켤 수도 없고,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울 수 없고, 인터넷도 쓸 수가 없죠. 불편해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요? 이곳에 다녀와 보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걸요.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안에는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조그맣고 하얀 집이 있답니다. 바로 ‘비전화카페’예요. ‘비전화’라는 말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카페인데 전기를 쓰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에는 예쁜 조명과 쾌적한 냉·난방, 와이파이와 전기 콘센트 같은 것들이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윤신혜·정현서 학생기자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비전화카페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타닥타닥….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무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벽난로 특유의 냄새가 가장 먼저 두 학생기자를 맞았죠. “와, 분위기가 정말 아늑해요!” “장작 향이 참 좋아요.” 나무를 때는 난로와 석유를 쓰는 난로를 놓아 내부 공기는 따뜻했어요. 전기 조명은 없지만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빛이 근사한 느낌을 만들어냈죠. 날이 어두울 때는 등유램프로 불을 밝히기도 합니다. 반짝반짝 화려하진 않아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에요. 카페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인 오후 5시에 문을 닫습니다. 이민영 매니저가 카페에 대해 소개했어요.
 
전기를 쓰는 조명기구가 없어서 실내가 조금 어둑하지만 아늑한 느낌을 준다.

전기를 쓰는 조명기구가 없어서 실내가 조금 어둑하지만 아늑한 느낌을 준다.

“저희는 메뉴가 다양하진 않아요. 커피 종류도 한 가지고, 그 외에는 모과차·국화차·고구마수프가 전부죠. 직접 수확하거나 믿을 수 있는 산지에서 직접 배송받은 재료만 쓰거든요.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져요. 냉장고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나 핫초코 같은 건 없죠. 커피는 주문을 받은 즉시 로스팅(원두에 열을 가해 볶는 것)합니다. 전기를 쓰지 않는 비전화로스팅기를 이용해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열이 잘 전달되는 조그만 로스팅기에 원두를 넣고 그때그때 볶아서 커피를 내려요. 그만큼 향이 살아있고 맛있답니다. 커피를 내릴 때도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 대신 사이폰이라는 기구를 이용하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빠르게 커피를 만들어내진 않지만, 커피를 볶는 향기와 원두를 갈아내는 소리, 눈으로 직접 보는 커피 추출 과정 등을 손님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신혜 학생기자가 물었죠. “와이파이가 되지 않고 전기 콘센트가 없어서 불편해하는 손님은 없나요?” 이 매니저는 “간혹 의아해하는 손님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 카페의 취지를 설명해 드리면 다들 이해해주신다”고 대답했어요.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게 사실이죠. 하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현서 학생기자도 질문했습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하시나요?” 이 매니저가 말했습니다. “‘모두가 전기를 쓰지 말자’는 건 아니에요. 도시 안에서도 전기를 쓰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함께 경험해봤으면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전화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 사이폰은 알콜 램프로 아래쪽 유리구에 열을 가하면 물이 끓으면서 위로 빨려 올라가 커피가 추출된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전화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 사이폰은 알콜 램프로 아래쪽 유리구에 열을 가하면 물이 끓으면서 위로 빨려 올라가 커피가 추출된다.

비전화카페는 ‘비전화공방서울’이라는 단체가 만들었는데요. 이곳에선 ‘비전화제작자’라는 활동가들이 전기와 화학물질에 가급적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인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카페 역시 비전화제작자들이 흙과 석회, 볏짚을 이용한 ‘스트로베일공법’으로 직접 지었죠. 사실 비전화공방은 일본에서 먼저 세워졌어요. 후지무라 야스유키라는 유명한 과학자 겸 발명가가 20여 년 전 도쿄에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나스 지역에서 시작한 움직임이죠. 후지무라씨는 자녀가 천식을 잃고 있었던 데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환경과 생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친환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여러 제품도 개발했고요. 자신이 개발한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가르쳐주는 일을 해왔죠.
 
후지무라씨의 지식과 기술을 서울에서도 배울 수 있었으면 해서 만들어진 게 비전화공방서울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1년에 12명의 비전화제작자를 선발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어요. 비전화제작자들은 후지무라씨의 기술을 배우는 것 외에도 직접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고, 닭을 기르고, 목공 작업을 하고, 비전화제품을 연구·개발합니다. 그동안 비전화제작자들이 만든 제품으로는 독일식 빵인 바움쿠헨을 굽는 기구, 민들레 뿌리로 만든 커피, 천연 밀랍을 천에 코팅해 비닐랩 대신 쓸 수 있는 비즈왁스랩, 술지게미(술을 빚은 후 술을 짜내고 남은 술 찌꺼기)로 만든 쿠키 등이 있어요.
 
이재은 비전화공방서울 홍보팀장이 카페 바로 근처에 있는 비전화공방 작업장으로 학생기자들을 안내했습니다. 이 팀장은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월·화요일에만 작업을 한다”면서 “비전화카페에 놓을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어요. 작업장 구석에는 해먹도 있었죠. 신혜 학생기자가 신기한 듯 해먹에 누워보곤 “편안하다”고 했어요. 현서 학생기자가 물었죠. “여기에 있는 것들은 전부 산 게 아니라 직접 만들었나요?” 이 팀장이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날이 따뜻해지면 이 해먹도 카페 옆에 설치할 생각이에요.”
 
비전화공방 작업장에 제작자들이 직접 만든 푯말들이 걸려있다. 제작자들은 이곳에서 목공 작업을 주로 한다.

비전화공방 작업장에 제작자들이 직접 만든 푯말들이 걸려있다. 제작자들은 이곳에서 목공 작업을 주로 한다.

학생기자들은 작업장을 둘러보다 미완성인 채소저장고도 발견했죠. 나무로 만든 서랍처럼 생겼어요. 이 팀장이 설명했습니다. “채소가 냉장고에 들어가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아세요? 대표적인 게 토마토예요. 따뜻한 나라에서 자라온 채소를 차가운 데 보관하면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해요. 당근 같은 뿌리채소는 흙에 파묻어 두는 게 가장 좋고, 가지는 통풍이 잘되는 실온에 뒀을 때 더 오래 가요.”  
 
작업장 바로 옆에는 텃밭과 닭장이 있었습니다. 기계 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태양 에너지를 실내로 끌어와 난방하는 패시브 솔라 방식으로 지은 닭장이죠. 햇빛이 잘 드는 구조로 만들고 내부를 왕겨로 채워 겨울에도 따뜻하게 했어요. 닭장 안에는 건강해 보이는 암탉 네 마리가 있었어요. 텃밭에서 기른 작물이나 먹고 남은 음식물을 닭에게 주면 쓰레기가 생기지 않죠. 닭이 알을 낳기도 하고 놀 수도 있도록 커다란 통에 모래도 잔뜩 담아뒀어요. 네 마리의 닭은 돌아가면서 하루에 두 알 정도씩 달걀을 낳는다고 해요. 텃밭에는 다가올 봄에 키울 작물들을 흙 속에 묻어뒀습니다. 이 팀장은 비전화공방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우리는 보통 주어진 것들을 소비하면서 살아요. 언제든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전기가 들어오죠.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는 걸 잊을 때가 많아요. 비전화공방에서는 내가 쓰는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내가 먹는 음식을 직접 키워서 요리해보는 경험을 해요. 그러면서 우리 몸에 맞는 온도와 속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죠. 전기를 쓰지 않는 불편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얻는 것도 있어요. 자립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이곳의 주된 활동이랍니다.”
 
태양열로 온도를 유지하는 패시브 솔라 방식으 로 지은 닭장. 암탉들이 낳은 무정란으로 요리를 해 먹는다.

태양열로 온도를 유지하는 패시브 솔라 방식으 로 지은 닭장. 암탉들이 낳은 무정란으로 요리를 해 먹는다.

 
<비전화제품>  
비전화로스팅기 - 가스불에 커피콩을 볶는 도구. 7분 만에 원두를 골고루 볶는다. 열을 적당히 발산시켜 용기 내부 온도를 적절히 유지한다.  
 
비전화정수기.

비전화정수기.

비전화정수기 - 투명한 1.8리터 유리병에 잘게 썬 야자 껍질 활성탄을 채웠다. 수도꼭지에 연결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태양열식품건조기.

태양열식품건조기.

태양열식품건조기 - 태양열이 내부에 잘 모이도록 만든 장치. 내부에 식품을 넣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식품이 건조된다.  
 
돌가마.

돌가마.

돌가마 - 벽돌과 흙으로 만든 가마에 나무를 때서 빵이나 고구마 등을 구울 수 있다.  
 
비전화제습기 - 두꺼운 여과지를 구멍 뚫린 금속판에 덮어 염화칼슘을 적신 뒤 말려서 사용한다. 제습지의 색이 파란색이면 제습 중이고, 분홍색이면 제습이 끝난 것이다. 흡수된 습기를 햇볕에 말리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비전화정미기.

비전화정미기.

비전화정미기 - 손으로 작동하는 정미기. 벼를 넣고 핸들을 돌리면 쌀(현미)은 밑으로 떨어지고 왕겨(껍질)는 뒤로 날아간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윤신혜(서울 전동중 1)·정현서(경기도 세마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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