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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대한민국 정부수립 언제?"…검정교과서 전환 논란

한국사 검정 교과서. 교육부는 초등학교 교과서도 검정으로 전환하는 한편, 초중고교 검정 교과서 심사 과정에서 집필진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 다양화 추진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중앙포토]

한국사 검정 교과서. 교육부는 초등학교 교과서도 검정으로 전환하는 한편, 초중고교 검정 교과서 심사 과정에서 집필진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 다양화 추진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중앙포토]

교육부가 초등학교 국정 교과서를 검정 교과서로 바꾸고 집필진의 권한을 강화한 것에 대해 교육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집필진 성향에 따라 이념 편향적인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다양한 교과서가 시장에서 경쟁하며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부가 최근 마련한 교과서 다양화 추진 계획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2022년부터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3~6학년 수학·사회·과학을 검정 교과서로 전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초·중·고교 검정 교과서 심의 과정에서 심의진이 집필진에게 수정 지시를 하지 못하고 '권고'만 하도록 했다. 교과서에서 정부 개입을 줄이는 대신 민간의 역할을 확대한 셈이다. 김영재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은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도록 교과서의 다양성을 열어주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념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사회 교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최근 작성한 '초등 사회 교과서 발전 방향' 문건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언제인가?", "자유민주주의인가, 민주주의인가?" 등을 탐구 주제의 사례로 제시했다.
교육부의 '초등 사회 교과서 발전 방향' 중 일부.

교육부의 '초등 사회 교과서 발전 방향' 중 일부.

 
이 문제는 그동안 진보·보수 학자간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박근혜 정부 교과서에서는 1948년 광복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하고 우리나라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규정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현행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민주주의'로 표현을 바꿨다.
 
교육부는 향후 교과서는 다양한 관점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도록 이런 논쟁거리를 토론 과제로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육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집필진의 성향에 따라 특정 방향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계에서도 논란인 내용을 집필진마다 제각각 다루면 학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아직 미성숙한 초등학생이 객관적 시각을 갖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국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정부에 따라 편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초등 교과서도 중·고교처럼 검정 체제를 도입해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세종시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세종시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과서 검정 체제나 자유발행제가 세계적 추세지만 우리 교육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하는 선진국은 수업에서 교과서를 잘 쓰지 않지만, 우리는 교과서가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국가 수립 등 세세한 용어 차이로 교육 현장의 이념 갈등만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과서 출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교과서 자율성이 너무 느리게 확보되고 있다"며 "검정으로 바뀌면 출판사들이 학교에서 선택받기 위해 경쟁하면서 더 질 높은 책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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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초등학교에서도 중·고교처럼 검정 교과서 선택을 두고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2013년 일부 고등학교가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선택하자 전교조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이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며 학교를 압박한 바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출판사별로 진보 교과서, 보수 교과서로 갈려 학교마다 채택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될 것이다. 초등 단계에서 검정 전환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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