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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의 과학 판도라상자] 우주굴기와 눈사람의 상상력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새해 벽두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고 새해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본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상상은 구체적 계획으로 이어지면서 실체화된다. 그동안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상상력의 힘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었다. 하지만 상상력은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에 엄청난 추동력이 되기도 한다.
 
1월 3일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인 달의 뒤편에 무사히 착륙했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보는 달은 항상 그 앞면의 모습이었다. 창어 4호가 착륙한 폰 카르만 크레이터는 달의 남극에 가까운 폭 186㎞의 지역으로 38억 년 전 소행성과의 충돌로 형성된 가장 깊고 오래된 지형이다. 이 오래된 크레이터는 달의 생성과정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이 지역 토양에는 수분이 풍부하게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다른 경쟁국가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탐사지역이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러시아가 달 뒷면에 대한 탐사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지구까지 직접 전파를 전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창어 4호는 새로운 해결방식을 찾았다. 착륙선을 단독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착륙선의 신호를 지구로 전송할 수 있는 중계위성을 함께 보내는 방법이었다. ‘췌차오(鵲橋)’라 불리는 이 중계위성은 견우와 직녀의 전설에 나오는 오작교를 의미한다. 떨어져 그리워하는 두 연인을 이어주는 오작교에 대한 상상은 결국 지구와 달의 뒷면을 연결해주는 기술로 실현되었다. 이처럼 달에 대한 상상력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위성항법시스템과 탐사선을 운반할 수 있는 로켓기술과 결합하면서 성공적 탐사로 이어졌다.
 
국가 국방과학기술공업국이 공개한 달 탐사선 ‘창어 4호’ 착륙선의 이미지. [뉴시스]

국가 국방과학기술공업국이 공개한 달 탐사선 ‘창어 4호’ 착륙선의 이미지. [뉴시스]

같은 날 지구에서 64억㎞ 떨어진 미지의 공간에서 도착한 뉴스는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006년 발사된 미국의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는 태양계 외부의 얼음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카이퍼 벨트로 불리는 지역의 소행성인 울티마 툴레(Ultima Thule)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탐사선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에서 보내온 사진은 우리가 상상해오던 다른 천체들과 다른, 생소한 눈사람의 모습이었다. 태양계의 끝자락을 지키는 거대한 눈사람 모양의 울티마 툴레는 그 이름처럼 “세상의 끝”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동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행성의 형성과정에 대해 과학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돌덩어리가 아주 느린 속도로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접촉쌍성’으로 설명한다.
 
새해 벽두에 날아든 뉴스는 인류가 갖고 있는 상상력의 힘을 잘 보여준다. 상상력은 개인을 넘어서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이다. 과학기술적 상상력 역시 그 공동체가 가진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내는 집합적 행위의 산물이다. 달의 뒷면과 태양계 너머 눈사람 모양의 소행성에 대한 호기심을 허락하는 사회적 상상력은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당장 대입에 몰입해야 하고 일자리를 걱정하는 우리에게 과연 우주에 대한 상상이 허락될 수 있을까?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는 미래는 너무 협소하고 소박하다. 당장 눈앞에 경제적 이익을 좇아 가치를 평가하고 단기적 결과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으로는 담대한 상상력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리가 미국 항공우주국이나 중국의 CNSA와 경쟁할 수 있는 항공우주국을 상상할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을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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