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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규제 강국’에서 벤처 창업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핀테크지원센터장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핀테크지원센터장 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벤처 창업 활성화는 선진국·개도국 모두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고민하는 고용 창출에 직접적 효과가 있는 데다, 국운을 걸고 경쟁하는 4차 산업혁명 신산업 육성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창업 몇 년 만에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거의 매주 하나씩 나오고, 100억 달러(10조원) 이상인 ‘데카콘 기업’도 탄생하고 있다. 미래 핵심 기술력을 갖춘 비상장 스타트업의 잇따른 등장은 벤처 창업 활성화가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한국의 벤처 창업 현황은 어떤가. 2000년 초부터 네 번의 정부를 거치는 동안 창업 활성화와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 정책을 펴왔다. 문재인 정부도 벤처캐피탈 등 민간 자금을 벤처 투자로 유도하고,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해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외환위기 이후 1999∼2000년 김대중 정부 때의 IT 벤처 광풍을 재현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지난해 벤처 투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8629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투자 급증에도 제2의 벤처 붐은 먼 얘기인 듯싶다. 세계 유니콘 236개 중 우리나라는 3개(1.3%)에 불과하다. 코스닥지수도 하반기 이후 하락세이다.
 
노력 대비 성과가 부진한 이유는 첫째, 한국이 여전히 규제 강국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 2016년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138개 국가 중 26위였지만, ‘정부 규제 부담’에선 105위였다. 국가 경쟁력을 정부 규제가 깎아 먹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 2016년 5월 발의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 2018년 10월에서야 통과됐다. 벤처기업단체연합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2017년 11월부터 1년여간 정부에 제안한 정책 과제 160건 중 개선된 건 24건(15%)에 불과하다. ‘21세기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사업할 수 있다.
 
미국·중국은 신산업에 대해 ‘선 허용, 후 보완’ 원칙이 적용된다. 일단 신산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고, 문제가 허용(tolerance) 범위를 넘으면 그때 규제하겠다는 거다.  
 
시론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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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은 ‘1억 명 대중 창업’을 목표로 새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하면 5~10년 후 규제하는 규제무풍지대(White Space)를 시행하고 있다. 벤처는 신산업이다. 신산업은 말 그대로 새롭기 때문에 기존 산업·시장의 규제 틀과 인프라, 시장 관행에선 성장하기 어렵다. 잠재력이 있다면 클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선 허용, 후 보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둘째, 4차 산업혁명시대는 디지털시대다.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디지털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시장을 개척하고 매출을 올리는 건 기업이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돼서 세계적으로 디지털시장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고, 직구와 역직구(온라인 수출입)가 늘어가는 때에는 디지털시장 육성과 이를 위한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매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를 보라. 알리바바·징둥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지난해 불과 하루에 약 60조원 매출을 올렸다. 알리바바는 티몰(天猫) 등 디지털시장을 앞세워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수출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 11월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옆에 마윈 회장의 제안으로 디지털자유무역지구(DFTZ)까지 개설했다. 중국이 디지털시장을 키워나가고 국가적으로 디지털 G1(세계 초강대국)을 목표로 하면서 달성한 놀라운 성과이다.
 
우리나라엔 그나마 있던 G마켓조차 e베이에 팔리고 지금은 해외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전자상거래업체 하나 없다. 향후 디지털경제 비중이 현재의 20%에서 10년 이내에 50%로 늘고, 이후 아날로그경제를 추월할 것이다. 디지털시장은 미래 경쟁력의 가장 강력한 인프라다.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할 인프라의 핵심이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디지털시장을 육성함으로써 글로벌 브랜드가 없고 수출 유통망이 없는 중소 벤처기업들을 도울 수 있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물건만 잘 만들면 아시아·유럽·남미·아프리카 등 시공간 제약 없는 모바일 디지털시장을 타고 순식간에 매출 주문이 폭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의 혁신적인 ‘똑똑한 창업’이 자발적으로 폭발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개인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금융권의 규제샌드박스도 본격화할 것이다. 정부의 보다 전향적이고 선제적인 벤처 활성화 정책이 절실한 때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핀테크지원센터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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