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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년 한국, 빚내서 빚 막는 나라 된다…文 정부 재정 정책, '재수강' 수준"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3일 세종시 소재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은 '재수강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성태 기자]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3일 세종시 소재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은 '재수강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성태 기자]

국회예산정책처가 밝힌 2017년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2%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1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 재정전망을 들어 한국의 재정 위기 가능성을 지적하는 학자가 있다. 옥동석(사진)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세종시 소재 한 카페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 위기를 대비해야 했지만,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이 문제를 도외시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 점수는 '재수강을 해야 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장기 재정전망이 2040년쯤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도 재정 당국의 전략적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옥 교수에게 최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는 현 정부 재정 정책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그는 세금이 당초 계획보다 더 걷혔는데도 적자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더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 청와대 등의 행보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다음은 옥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장기 재정 악화 알고 있는 실무진, 적자 국채 반대 당연" 
신 전 사무관 폭로로 재정 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됐다. 어떤 생각이 드나.
"실무진 반대로 여의치는 않았지만, 정부가 적자 국채 발행 추진한 것을 보고 아쉬움이 들었다. 갈수록 나빠지는 장기 재정 전망을 고려했다면, 이를 쉽게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신 전 사무관처럼 다음 정부에서도 공직 생활을 해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선 (적자 국채 발행을)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이는 경제부총리가 실무진에게 이야기를 꺼낼 사안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을 점수로 매긴다면?
"현 정부에서 중장기 재정 문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린 적이 없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듯이, 전반적인 재정 상황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정부 재정 정책을 '재수강을 해야 할 수준'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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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나랏빚 늘렸지만, 현 정부는 지출 감축 대책 없어"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에서만 늘어난 건 아닌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과거 정부도 집권 이후엔 단기적인 경기 부양 유혹을 이기지 못해 국가채무를 늘렸다.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동시에 취했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노무현 정부도 일반·특별 회계와 각종 기금을 망라한 '통합재정수지' 지표를 만들어 예산 편성에 활용했다. 박근혜 정부도 공공기관 부채를 동결하고 공무원연금을 개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세수 확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지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부족하다. 이런 대책이 없으니 재수강이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2036년 재정 위기 가능성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가기관이 발간한 보고서에 그 근거가 있다. (편집자 주-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6~2060년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70.6%가 되는 2036년 이후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 2036년 이후엔 정부가 나랏빚에 붙는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시기가 온다는 얘기다. 빚으로 빚 막기다. 이는 공무원·군인연금 등 공적연금과 복지 지출 등 정부가 함부로 줄이기 힘든 지출(의무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복지 늘리고도 재정 탄탄한 북유럽…한국은 누수 많아" 
북유럽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 복지가 취약한 것 아닌가.
"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선 복지 제도를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일종의 '보험'으로 본다. 고부가가치 업종 위주로 산업을 재편하는 가운데, 낙오하는 계층을 수용하기 위한 게 이들 국가의 복지제도다. 경제는 시장 친화적으로 운영하고, 복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 세수 수입도 많아 재정 건전성이 우수하다. 반면 한국의 복지 정책은 그때그때 온정주의적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최저임금을 크게 높인 것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재정을 100원 투입했을 때, 이 돈이 몽땅 빈곤층으로 가지 않고 30원 정도만 가는 식이다. 누수가 너무 크다. 부유층에게 매달 10만원의 아동수당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면 반드시 해야 할 복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불황일 땐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푸는 게 심장마비 환자에게 가하는 '전기충격' 역할을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전기충격기를 한번 썼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또 한 번 썼다. 이제는 금연·금주를 해서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할 때다. '장기 재정전망'이라는 건강검진을 했더니 2040년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나오는 데도 계속 재정적자를 늘리는 제도를 써선 곤란하다. 욕을 먹더라도 재정 건전성을 높인 정부가 2060년쯤에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3일 세종시 소재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은 '재수강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성태 기자]

옥동석 인천대 교수가 3일 세종시 소재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은 '재수강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성태 기자]

"정당 공약, 재정 영향 평가…국회예산정책처 독립성 높여야"  
현 정부에 바라는 재정 정책은?
"우선 산업은행 등 국가가 손실 책임을 지는 공기업 부채까지 몽땅 포함해 정확한 국가채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공영방송 BBC가 보유한 채무도 국가채무에 포함하는 영국처럼 말이다. 그래야 건전 재정 운영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처럼 정당별 공약이 중장기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정무적' 요인이 재정 정책을 좌우하지 않도록 재정기구의 정치적 독립성도 키워야 한다. 국가 재정 운용을 평가하고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회예산정책처 처장이 국회의장이 바뀔 때마다 스스로 사임하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이는 OECD에서도 "이상한 관행"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예산정책처장 임기부터 4~6년 정도로 늘리고, 퇴직 이후에도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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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