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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일본 원하는 강제징용 한ㆍ일 중재위…정부 회의에서 “부적절” 가닥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한·일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중재위원회에 회부해 일본과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 관련 사정에 밝은 외교소식통은 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말 외교 원로까지 모셔와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 자리에서 중재위 방안이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됐지만 결과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이 나온 지난해 10월30일, 유일 생존자인 이춘식(94) 할아버지가 감사의 손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이 나온 지난해 10월30일, 유일 생존자인 이춘식(94) 할아버지가 감사의 손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소식통에 따르면 총리 주재 회의에서 중재위 방안이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다. 1965년 체결된 한ㆍ일 청구권 협정은 분쟁이 생길 경우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 참석자 중 한ㆍ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원로가 이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강한 반대의 뜻을 표명했고, 이 총리 역시 “중재위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정리했다고 한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청구권 협정에 기반한 중재위에 회부할 경우 제3국 위원을 설득해야 하는 외교전이 불가피하다. 또 강제징용 배상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인 전쟁범죄 처벌 및 인권 보호와도 연관된 만큼 한·일 청구권 문제로 국한하기보다는 보편적 인권과 윤리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하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일본 정부와 논의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도 부담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정부 시무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정부 시무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5일 강제징용 배상 방법과 관련 “미리 점검하고 준비할 사안이 생각보다 많다. 사전 준비없이 문제를 수면 위로 모두 끌어올려서 토론하면 문제 해결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일본 특파원 출신으로 한ㆍ일관계에 정통한 데다 관련 인맥이 넓다는 평이다. 이 총리는 외교부ㆍ법무부ㆍ행정안전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법제처 등 유관부서 차관으로 태스크포스(TF)를 11월 초부터 가동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관련 대응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해 자산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 “지극히 유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 생각한다”며 “국제법에 근거해 의연한 대응을 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 검토를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이슈에 대해선 원고 없이 자유롭게 발언했으나 한ㆍ일 관계 강제징용자 문제에선 준비해온 원고를 읽었다. 
 
지난 4일 신년회견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 4일 신년회견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언급한 구체적 조치란 ▶한국 측에 정부 간 협의 요청 ▶중재위 회부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등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가 이같은 조치를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간 협의는 청구권 협정에 기반한 것으로, 국제법적 절차를 밟기 직전의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정부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다음 수순인 중재위 또는 ICJ 회부로 넘어간다는 계획을 공식화한 셈이다. 그러나 ICJ의 경우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소한다고 해도 한국의 동의가 없는 한 재판이 열리진 않을 전망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ICJ의 강제관할권 관련 선택 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ICJ의 재판권이 자동적으로 발동되지 않는다. 
 
정공법 외에 일본이 쓸 수 있는 카드로는 경제적 조치도 거론된다. 한국 국민에 대한 출입국 절차나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 등은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관광비자로 입국해 취업활동을 하는 출입국 위반 사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한국인에 대한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할 수도 있다" 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의 경우 한국 뿐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7년 한 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약 714만명으로 중국인(약736만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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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